알까기, 터치 플레이, 스코어 속이기..
이는 골프에 입문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들어서 알게 되고 시도하게 되는 '골프용어'들이다.
숲속으로 날아간 볼을 찾으러 들어가 발견하지 못하면 몰래 주머니에서 다른 볼을 꺼내놓으며 '찾았다'를 외치는 알까기는 '양심불량' 골퍼들의 대표적인 수법. 라이(볼이 놓인 상태)가 좋지 않을 경우 동반자가 보지 않는 사이 클럽으로 툭 쳐서 치기 좋은 자리로 옮기는 터치 플레이도 오랜 세월 동안 애용돼왔다.
최근 미국에서는 이런 정직하지 못한 골퍼들의 가슴을 뜨끔하게 할 만한 이야기가 알려져 화제가 됐다.
대회에서 스코어카드 오기(誤記)를 자진 신고하고 우승을 반납한 한 고등학교 골프팀이 그 주인공. 미국 매사추세츠주의 웨스트보로고교 남자 골프팀은 슬쩍 넘어갔더라면 우승을 차지할 수도 있었던 상황에서 양심을 선택해 이 지역 '올해의 스포츠맨십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 학교 골프팀은 올해 열린 주(州) 골프선수권대회 결승 경기에서 팽팽한 접전을 벌이던 도중 마지막 18번 홀에서 자신의 스코어카드에 점수가 낮게 기록된 사실을 발견하고 이를 즉시 대회 본부측에 알렸다. 결국 거의 손안에 들어왔던 우승컵은 워번고교에 넘겨줬지만 우승 못지않게 값진 상으로 정직의 보상을 받은 셈이다.
골프 경기는 많은 스포츠 중에서 심판이 없는 거의 유일한 종목이다. 골퍼는 플레이어인 동시에 모든 상황을 판단해야 하는 심판인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신사적이고 자율적인 측면은 골퍼들이 '유혹'과 싸워 이기고 양심에 따를 때 비로소 골프의 가장 큰 매력이자 가치로 빛을 발하게 된다. 룰과 에티켓이 지켜지지 않는 골프가 네다섯시간이나 걸리는 공허한 노동에 지나지 않다는 것은 골퍼라면 누구나 느꼈을 사실이다.
18개 홀을 도는 골프는 곧잘 인생의 축소판에 비유되곤 한다. 대선이 목전으로 다가오면서 우리 사회 전반에서 눈속임과 반칙이 만연하고 있다. 우리 모두 '진정한 스포츠맨십'에 기반을 둔 '페어플레이'가 그리운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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