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태도변화에 달렸다열릴 듯 말 듯 일말의 기대를 걸었던 '금강산 육로관광'이 6차 남북 장관급회담의 결렬로 더욱 불투명해졌다. 또 관광특구 지정도 북측이 금강산 관광대가 미지급분에 대한 "우선 지급"을 요구하고 있어 쉽게 풀릴 사안은 아니라는 게 남북관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따라서 금강간 육로관광을 전제로 남북협력기금을 지원받아 사업을 힘겹게 추진해온 현대아산은 정부로부터 더 이상의 지원요구 명분도 사라져 사업중단 등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 육로관광 불투명
현재 금강산으로 연결되는 도로는 강원도 고성군 송현리에서 북측 고성군 삼일포로 이어지는 국도 7호선으로 총 연장 13.7Km 구간이나 비포장인 왕복 2차선의 이 도로는 비무장지대(DMZ)내의 1.5Km 구간이 끊겨져 있는 상태다.
정부와 현대는 이 끊겨진 1.5Km 구간을 조속히 연결해 임시관광이라도 연내에 실시하자고 북측에 계속해 요구하고 있다.
북측은 한때 육로개설에 대한 당국간 회담개최에 합의한 바 있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으며, 특히 지난 6차 남북 장관급회담이 결렬됨에 따라 '육로회담'도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육로회담이 개최되더라도 풀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에 급진전을 이루기 또한 어려울 전망이다.
남북 당국간 육로회담이 어렵사리 열린다고 해도 DMZ를 통과해야 하는 육로개통을 북측의 군부가 순순히 응할지는 미지수다.
특히 이곳 DMZ 부근은 군사시설 보안과 전술변화 등의 부담을 안겨주는 만큼 북한 군부의 전향적인 '협조'없이는 불가능하다.
경의선 철도ㆍ도로연결 공사를 예를 들어 보더라도 DMZ내 부분을 제외하고는 남측 공사가 끝나 있는 상태이지만 DMZ내 공사를 위한 '군사보장 합의서' 교환에 북측 군부가 난색을 표명하고 있어 완공이 계속해서 늦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남측 회담 관계자들에 따르면 북측은 금강산 육로개설 등과 관련 '해당기관(군부)에서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고 공공연하게 말할 정도로 군부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고 있어 쉽사리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 북 관광대가 '집착'
북측이 금강산 육로개설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금강산 관광대가의 미지급분에 대한 불만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남북 모두 금강산 육로를 조속히 개설해 금강산 관광사업을 '돈되는 사업'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데는 공감을 하고 있다.
그러나 남측은 하루 빨리 도로를 연결해 관광객을 늘리고 당초 북측에 약속한 월 1,200만달러의 관광대가를 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북측은 현대측이 지급하지 못하고 있는 올 2~5월까지의 관광대가분 2,400만달러를 미리 보내거나 정부가 지급보증을 서야 육로회담이 진척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북측 송호경 아태평화위 부위원장은 실제 "군부가 관광대가가 절반밖에 들어오지 않고 있는데 무슨 문제(육로개설 등)를 또 해결해 주느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며 관광대가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육로개설과 특구지정이 어려워 질 것임을 회담석상 등에서 밝힌 바 있다.
◇ 특구지정도 '소걸음'
금강산 관광특구 지정의 경우는 북측이 이미 관련법률 초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져 기대를 모았지만 남북관계 소강으로 더 불투명해질 전망이다.
특히 정부는 특구지정 문제가 현대와 북한 당국간 협의사항이라는 점을 감안, 한발 빠져 있는 상황이어서 이것마저 진척을 보기 어렵다는게 남북관계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현대의 컨소시엄인 관광공사는 최근 "육로관광이나 관광특구 지정 등의 진전이 없으면 추가적으로 450억원을 현대측에 지원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혀 북측을 '압박'하고 있다.
현재 정부는 관광공사에 남북협력기금 900억원의 대출을 승인한 상태이고 관광공사는 이 금액중 450억원을 현대에 지급한 상태다.
정부로서도 야당인 한나라당의 "대북 퍼주기" 비난과 여론을 감안, 예전처럼 무조건적인 저자세는 취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홍순영 통일부장관은 상호주의적인 협상스타일을 고집하고 있어 북한의 태도변화 유도에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따라서 육로개설과 특구지정 등을 둘러싸고 남북한 팽팽한 대립은 남북관계 소강상태와 함께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결과적으로 한달에 수십억원의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현대아산이 앞으로 몇 달간 버틸지 모르는 상황에서 북한의 태도변화는 '현대'와 '햇볕정책'을 동시에 살리는 중요한 키가 될 전망이다.
김홍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