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된 거미인간… 더 화려해진 액션

영화 '스파이더맨 2'



액션과 멜로, 고민하는 청춘의 성장 스토리까지. 서로 다른 양념이 제 맛을 살리며 '블록버스터'란 그릇 속에 버무려졌다. 2년 사이 고등학생이던 주인공이 20세 청년으로 성장했고, 2년 만에 돌아온 영화도 더 화려한 액션과 볼거리, 안정적인 심리 묘사로 한층 성숙해졌다.

지난 18일 언론배급시사회로 베일을 벗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는 깨방정 거미인간의 성장통을 그리고 있다. 1편에서 조금은 찌질했던 고등학생 스파이더맨 피터(앤드류 가필드)는 20세 청년이 됐다. 여느 영웅물처럼 성인이 된 피터 앞엔 고민의 레이스가 펼쳐진다. 여자친구 그웬(엠마 스톤)을 위험에 끌어들이지 않기 위해 결별이란 원치 않는 선택을 해야 하고 10년 만에 만난 친구 해리(데인 드한)는 본인의 병을 고치고자 스파이더맨에게 무리한 부탁을 해온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어린 시절 자신을 떠난 부모의 비밀도 봉인해제된다.

스파이더맨의 성인식을 축하하듯(?) 적도 더욱 강해져서 돌아왔다. 엄밀히 말하면 '적'이 아닌 '적들'이다. 한때 스파이더맨의 열렬한 팬이었으나 치명적인 사고로 '일렉트로'라는 이름의 악당이 되어버린 맥스(제이미 폭스), 유전병을 치료하기 위해 스파이더맨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거절당한 뒤 광기 어린 괴물이 되는 해리는 두 손을 맞잡고 스파이더맨을 괴롭힌다. 기존 악당들과 다른 것이 있다면 스파이더맨에 대한 증오가 오해에서 비롯됐다는 점이다.

마크 웹 감독의 탁월한 연출력은 자칫 제맛을 잃고 뒤섞일 수 있는 다양한 갈등요소를 적절히 버무렸다. "들어오는 힘이 나가는 힘보다 크면 과부하로 폭발한다"는 영화 속 대사가 연출에도 중요한 경고등 역할을 한 셈이다. 다만 주인공에게 날아든 성인식 기념 고민의 일부는 발만 담구었다 빼는 식으로 해결되는 게 아쉬움으로 남는다.

영화의 백미는 화려한 액션과 음악의 앙상블이다. 일렉트로가 발전소 파이프들 사이로 스파이더맨을 향해 전기 공격을 펼치는 장면은 강렬한 일렉트로닉 뮤직이 더해져 초대형 이퀄라이저를 연상시킨다. 더욱 현란해진 스파이더맨의 활강액션은 3D 영상과 영리한 카메라 워크를 만나 짜릿함을 선사한다.

참고로 엔딩 크레딧 시간에 한국 음악은 등장하지 않는다. 마크 웹 감독은 지난달 일본 도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엔딩 크레딧에 한국 노래를 삽입할 예정"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영화에 등장한다던 한국음식 이야기도 '한국 음식을 좋아한다'는 그웬의 한마디로 끝난다. 하지만 눈과 귀가 즐거운 142분을 경험한 관객이라면 "감독의 거미줄에 낚였다"고 앙탈부릴 일은 없을 것 같다. 4월 23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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