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노무현 대통령과 건설교통부가 밝힌 대로 공공ㆍ민간을 아우르는 분양원가 공개가 이뤄지면 주택시장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공공ㆍ민간 구분 없이 원가에 기반한 분양가를 책정할 수밖에 없게 돼 상당한 수준의 분양가 인하효과가 기대되지만 특히 민간의 주택공급 기능이 크게 위축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지금까지 수도권 인기택지에서 많은 이익을 남겨 지방 공익사업이나 국토 균형발전사업에 전용해왔던 토지공사ㆍ주택공사 등 공공기관도 사업구조를 근본적으로 재편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공익사업 적자에 대한 정부의 재정지원이 불가피해 국민의 세금 부담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입장 왜 바뀌었나=노 대통령과 정부는 그동안 “공공의 원가 공개는 충분한 수준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민간에까지 적용하는 것은 반대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아파트 고분양가 논란이 되풀이될 때마다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원가 공개 요구가 봇물을 이루고 지난 2004년 6월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원이 노 대통령에게 “계급장을 떼고 토론해보자”고 제안하기까지 했으나 대통령과 정부의 입장은 완강했다. 그러나 최근 판교 신도시와 파주 신도시, 은평 뉴타운에 이르기까지 ‘고분양가 릴레이’가 이어지며 여론이 극히 부정적으로 기울자 대통령이 끝내 손을 들었다는 분석이다. 노 대통령이 “공개를 반대했던 것은 이유가 있는데 많은 국민들이 (공개가 필요하다고) 믿고 있고 거역할 수 없는 흐름이기 때문에 지금은 반대할 수가 없다”고 말한 것도 생각이 바뀌었다기보다는 더이상 여론의 압박을 견디기가 힘들어졌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민간 분양원가 ‘판도라의 상자’ 열릴까=이미 택지비ㆍ건축비 등 7개 항목에 걸쳐 포괄적 분양원가를 공개하고 있는 공공택지에 반해 민간택지는 원가 내역이 베일에 가려져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분양승인을 내주는 과정에서 원가항목을 제출받아 검토하지만 건설업체가 허위로 작성해도 처벌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 실제 분양가도 원가를 무시한 채 주변 시세와 인기 등을 고려해 결정되는 게 현실이다. 노 대통령이 “민간에 대해서도 가급적이면 많이 공개하는 쪽으로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만큼 정부는 분양원가 공개를 민간에까지 확대한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다만 앞으로 구성될 민관 합동 ‘분양가제도개선위원회(가칭)’를 통해 민간에까지 확대할지, 한다면 어느 수준까지 공개할지, 구체적 공개방법과 검증은 어떻게 할지, 공개 이후 공급위축 가능성에 대한 대비책은 어떻게 세울지 등을 폭 넓게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공공 주택공급 기능 크게 늘어날 듯=노 대통령은 향후 공공 부문의 주택공급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분양원가 공개에 따른 민간 공급감소는 물론 원가 공개 세분화로 인한 공공의 기능위축에 대비하고 서민 주거안정도 꾀하기 위한 다목적 포석이다. 그러나 지금도 공공의 주택공급 기능이 민간을 압도하는 데 따른 비판이 많은데다 적자가 불가피한 지방 택지ㆍ산업단지 개발과 같은 사업에도 다소간의 차질이 예상된다. 노 대통령은 적자 공익사업에 대한 정부의 재정지원 구상을 밝혔으나 이는 국민의 세 부담과 직결되는 사안이라 해법이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