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1차 본협상이 오는 5일부터 닷새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다.
갖은 찬반여론에도 불구하고 본협상이 시작됨에 따라 한미 양국은 FTA를 향한 `루비콘강'에 발을 들여놓은 셈이다.
"마지노선이 지켜지지 않으면 협상을 중단한다"는게 우리측의 확고한 입장이지만 미국은 "가장 개방도가 높고 광범위한 협정을 추진한다"는 녹록지 않은 자세를고수하고 있어 양측간 팽팽한 대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협상 일정
한미 FTA 협상은 올해내에 적어도 다섯차례 열린다.
7월10일부터 닷새간 서울에서 2차 본협상이 예정돼있고 이어 9월, 10월, 12월에추가로 세차례 본협상이 더 개최된다.
미국 의회가 행정부에 부여한 무역.통상 관련 신속협상권한(TPA) 시한이 6월말이고 행정부가 체결한 협정에 대해 미국 의회가 3개월 가량 인준절차를 밟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양국이 가용한 협상시한은 3월말까지다.
일각에선 세계무역자유화를 목표로 한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이 난항을 겪고있어 미 의회가 TPA 시한을 연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으나 한미 FTA 협상시한에는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란게 중론이다.
양자간 진행되는 FTA 협상은 통상 1년을 전후로 타결되는게 통례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일정이 짜여진 다섯 차례의 협상외에도 필요하면 내년초까지 협상을이어간다는 입장이다.
우리측에선 김종훈 수석대표를 비롯해 24개 부처에서 선발된 162명이 협상에 참여하고, 미국측에선 웬디 커틀러 수석대표를 포함해 130명 안팎이 협상에 나설 예정이다. 다만 이번 협상이 미국에서 열리는 만큼 실제 미국 대표단은 200명선에 달할것으로 예상된다.
1차 협상에서는 양국이 지난달 19일 교환한 약 500쪽에 달하는 FTA 협정문 초안을 검토하는데 국한된다. 협정문 초안이란 각 협상분야의 개방 여부만을 기술한 문서다.
따라서 각 협상분야에서 다뤄질 개별 품목의 관세철폐 폭과 시기 등 구체적인양허내용은 2차 본협상 때부터 의제에 오른다.
◇ 협상 전략
한미 양국이 이번 협상에서 다룰 분야는 상품무역(자동차작업반/의약품.의료기기 작업반 포함), 농업, 섬유, 원산지.통관, 무역구제, 위생검역, 기술표준, 투자,서비스, 금융서비스, 통신.전자상거래, 경쟁, 정부조달, 지적재산권, 노동, 환경,분쟁해결.투명성.총칙 등 모두 17개다.
교역가능한 모든 분야의 90% 이상을 개방한다는게 FTA의 기본원칙인 점을 감안하면 한미 양국은 `보호막'을 쳐야 할 나머지 10%를 놓고 밀고당기기의 싸움을 벌여야 한다.
우리측은 농수산물과 공공분야를 방어해야 할 최우선 분야로 꼽고 있다.
농수산물에 대해선 ▲ 관세철폐 제외 ▲ 관세 부분감축 또는 관세 철폐의 장기간 이행 ▲ 수입쿼터 설정을 포함한 예외조치 설정 등 3단계 전략을 구사할 방침이다.
또 공교육, 공공보건, 의료.사회복지, 건강보험 등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한 공공분야는 협상대상에서 제외할 방침이다.
특히 대학 및 성인 교육은 협상 의제에 넣되 초.중등교육 등 공교육 분야는 협상 대상에서 배제할 계획이며, 미국 의료기관의 국내 진출 허용 문제는 한미간 의료비가 9배 이상 차이가 난다는 현실 때문에 개방되더라도 국내에 미치는 피해는 미미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개성공단 물품의 `한국산' 인정 문제는 남북관계와 통일이라는 명제와 맞물려우리가 관철시켜야 할 우선과제이지만 미국측의 완강한 반대로 절충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미 우리나라는 유럽자유무역연합(EFTA)과 FTA를 체결하면서 포괄적으로 한국산을 인정받았으나 동남아국가연합(ASEAN)과의 FTA에서는 100개의 제한된 품목에 대해서만 5년간 특혜관세를 부여받도록 하는 선에서 절충했다.
따라서 미국과의 협상에서도 개성공단 물품 문제는 북한의 핵문제, 위폐문제 등과 연계돼 한국산 인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자칫 전체 협상의 걸림돌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반대로 미국 정부가 농업.섬유 분야에 지급하고 있는 `국내보조금'과 `수출보조금'의 철폐를 포함해 경트럭 품목에 대한 미국측의 25% 고율관세와 13%에 달하는 섬유산업 관세 문제는 우리측의 최우선 공격포인트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