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성 포장 '눈속임 거래' 버젓이

■ 7개생보 편법동원 지급여력 높여 충격재무구조가 좋지 않은 일부 생명보험사들이 '유사 재보험'이라는 편법을 통해 지급여력비율을 채우고 있다는 소문은 상당히 오래전부터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금융감독원도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었으며 상당기간 내사를 벌여 최근 그 진상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금융감독원이 그 같은 사실을 알고도 일벌백계로 다스리지 않고 슬그머니 봐주려다 뒤늦게 문제가 될 것 같자 경영지도형식을 빌어 개선을 요구했다는 점이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다. 편법을 동원해 재무구조를 포장해 온 생보사들은 당장 2001회계연도부터 사실상 부실인 분식회계분을 털어내야 한다. 그럴 경우 올 3월말 결산에서 지급여력비율 기준(100%)을 맞추지 못하는 보험사가 생길 수도 있다. 어쨌든 해당 보험사들은 대외신뢰도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는 것은 물론 금융시장 전반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몰고올 것으로 보인다. ◇유사 재보험, 왜 이용했나 보험사들은 통상 고객과 계약을 맺은 후 위험을 분산시키기 위해 위해 계약중 일부를 국내외 재보험사로 넘긴다. 예를 들어 보험금 지급액이 1,000억원인 보험계약을 맺었다면 이 가운데 800억~900억원에 해당하는 계약은 다른 대형 재보험사에 옮긴다. 국내 보험사들은 담보능력(보험금 지급사유가 발생했을 때 약속된 보험금을 지급할 능력)이 크지 않다. 때문에 이 같은 재보험계약을 맺는 것이 일반적이고 이럴 경우 계약규모 만큼은 보험금 지급의무가 없기 때문에 보험사들의 지급여력비율을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 특히 국내 감독규정은 재보험계약 전부를 지급여력비율 산출 때 반영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생보사들이 활용한 '유사재보험'이란 이런 위험분산을 위한 것이 아닌 오로지 지급여력비율만을 높이기 위해 체결한 재보험계약이다. 생보사 관계자는 "'유사재보험'도 방식이 여러 가지인데 어떤 경우는 실제로 자금거래없이 장부에만 표기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재무구조, 얼마나 좋아졌나 그렇다면 생보사들이 '유사재보험'으로 지급여력비율을 얼마나 높일 수 있었을까.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생보사에 따라 자본금 규모나 책임준비금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판단하기 힘들며 생보사들이 각각 어느 정도 지급여력비율을 높였는지 분석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1,000억원 안팎의 재보험계약을 맺었다면 15~20% 안팎의 지급여력비율 제고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조사에 따르면 2001회계연도(2001.4~2002.3)에서 7개 생보사들이 최대 1조2,490억원의 '유사재보험' 계약을 맺은 것으로 추정됐다. 교보생명이 6,000억~8000억원으로 추정돼 가장 규모가 컸으며 이밖에 흥국, 신한, SK, 금호생명 등 중소형사들도 600억~1,000억원 안팎의 유사재보험 계약으로 지급여력비율을 높였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금감원은 생보사들의 건전 경영을 유도한다는 차원에서 '유사 재보험'으로 지급여력비율을 높이지 못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를 대신할 수단이 전무한 실정이어서 해당 보험사는 물론 감독당국까지 난감한 형편이다. 생보사들이 지급여력비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증자를 하거나 후순위차입을 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인데 대주주의 증자 지원을 기대하기 어렵고 이자 부담 때문에 후순위차입도 쉽지 않아 현재로선 이 두 방법을 활용하기 불가능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국내 재보험사인 대한재보험의 담보능력을 높여 대한재보험과 정상적인 형태의 재보험계약을 맺을 경우 이를 지급여력비율 산출에 반영시키지 않는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대한재보험의 재보험 인수 규모는 2001회계연도에 1조원 정도였고 올해 1조2,000억원 수준으로 높일 계획이어서 1조원이 넘는 생보사의 재보험 물량을 모두 인수하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유사재보험'의 계약 갱신일이 이달말로 다가온 가운데 대안을 찾지 못한 일부 생보사의 지급여력비율은 큰 폭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지급여력비율계약자가 일시에 보험금을 요구할 경우 이를 수용할 수 있는 보험사의 지급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지표. 납입자본금, 이익잉여금, 대손충당금 등 '지급여력'을 책임준비금, 위험보험금과 같은 '지급여력기준'으로 나눠 산출한다. 이 비율이 100%를 넘지 못하면 경영개선명령을 받게 되며, 그래도 개선이 안되면 영업이 정지된다. 박태준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