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상의 착시현상은 비단 기업의 성적표에서만 나타나는 게 아니다. 주식시장은 삼성전자 단 한 종목의 등락에 울고 웃고 채권시장은 국고채 가격 흐름에 좌지우지된다. 시장 전체가 죽을 쑤어도 특정종목이 오르면 성과가 왜곡되는 것은 다반사다.
거래소시장 시가총액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18% 안팎을 오간다. 삼성그룹 전체를 합치면 30%선을 넘는다. 대부분의 주식이 떨어져도 외국인이 선호하는 삼성전자와 포스코ㆍ국민은행 등 고가주만 오르면 지수는 큰 폭으로 오르게 된다. 체감지수와 실제지수의 괴리도가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수출실적도 마찬가지다. 휴대폰과 반도체 등 특정품목에 대한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져 한두 개 품목의 단가가 떨어질 경우 수출실적이 급락하고 경제 전체가 흔들리는 취약한 기반에 서 있다. 수출시장도 미국과 중국에 지나치게 편중돼 있다. 미국과 무역분쟁이 일면 전체 산업이 전전긍긍하고 ‘중국이 기침을 하면 한국경제는 감기에 걸린다’는 신조어까지 생겨날 정도다. 한국경제의 유일한 활로라는 수출마저도 속을 보면 한줄기 밧줄에서 곡예를 펼치고 있는 셈이다.
최공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여러 분야에서 통계상 착시현상이 일반화하고 있다는 점은 한국경제의 기반이 그만큼 취약하다는 반증”이라며 “금융시장 자금흐름의 정상화 등 시스템을 하나씩 작동시켜나가는 데서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