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타이거 대 SK텔레콤

정명수기자(증권부)『기업 위상에 걸맞지 않게 촌스러운 짓을 한 거죠.』 SK텔레콤이 유상증자 때문에 일부 주주들의 반발에 부딪쳐 곤욕(?)을 치루고 있는 것을 보고 모투신사 사장이 한 말이다. 이번 SK텔레콤 사건의 핵심은 유상증자를 결의하는 이사회에서 대주주측 이사들이 유상증자에 찬성한 반면 타이거펀드측 사외이사를 포함한 사외이사 일부가 증자에 반대한 것이다. 사외이사들은 회사가 유상증자를 왜 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이유를 제시하지 않은 상황에서 전격적으로 증자를 결정, 대다수 주주의 이익보호에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주장한다. 타이거펀드는 이같은 주장을 등에 업고 임시주총과 액면분할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타이거펀드는 투자이익을 최우선으로하는 헤지펀드다. 자신들이 보유한 SK텔레콤 주식의 가치가 증자로 희석되는 것을 좋아할 리 없다. 타이거는 임시주총을 소집, 자신들이 끈질기게 주장해온 액면분할까지 관철시킬 태세다. 이익을 위해 저돌적으로 움직이는 헤지펀드의 속성을 그대로 드러내준다. 증자에 참여를 하던지, 비싼 값에 보유주식을 팔던지 이들의 행동을 단기차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의 성격상 무조건 비난할 수도 없다. 타이거는 사외이사제도와 소수주주권을 적절히 활용, 세련되게 자신들의 이익을 확보하고 있다. 반면 SK텔레콤은 어설픈 행동으로 주주들의 반발을 자초하고 있다. 증자를 결정하기 전에 주요 주주와 사외이사들에게 증자의 당위성을 합리적으로 설명하고 이해를 구했다면 사태가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증자가 회사 경영상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면 주주들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 SK텔레콤은 더이상 한국의 기업이 아니다. 외국인 지분이 33%에 달하고 해외증시에 주식예탁증서도 상장돼 있다. 세계적인 기업들은 치밀하게 주주들을 설득하고 자금을 끌어쓴다. SK텔레콤이 명실상부한 세계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타이거같은 사나운 주주들을 대하는 세련된 조련술을 익혀야 한다. ILIGHT3@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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