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현칼럼] 전환기 지도자의 덕목


한국과 미국에서 대선전이 한창이다. 양쪽 모두 후보 간 우열을 가리기 힘든 박빙 양상이다. 유권자들도 누구를 뽑아야 할지 고심하고 있다.

한국의 선거전을 한발 떨어져서 보면 세계 곳곳에서 위기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음에도 상대적으로 중요성이 적은 이슈의 네거티브 정쟁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하게 된다. 또 정책 차이를 가지고 전개되는 미국 대선 과정과 달리 주요 후보 간의 정책이 표면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어 유권자들의 선택ㆍ판단 기준이 모호해지고 후보의 이미지에 의존해 세대별ㆍ지역별로 지지층이 나뉘고 있다.

지금 세계는 정치ㆍ경제 등 모든 면에서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있고 이러한 혼돈이 가라앉고 다시 안정을 찾을 때까지는 숱한 고비를 넘어야 한다. 미국은 지난 4년 동안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세 차례의 양적완화를 통해 천문학적인 규모의 통화를 풀었지만 아직도 유동성 함정(Liquidity trap)과 부채의 함정(Debt trap)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 들어 실업률이 떨어지고 주택시장이 안정을 찾아가고 있지만 재정절벽(Fiscal cliff)으로 불안감이 팽배해 있다. 앞으로 몇 년간 공공 부문 지출 감소분 이상으로 민간 부문에서 지출 및 유동성이 증가하지 않는 한 큰 폭의 경제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유로존도 지난 2년 반 동안 유로존 경제의 3%에도 못 미치는 그리스 문제를 질질 끌다가 재정문제가 다른 남부 유럽국가로 번져가고 있다. 유로존은 언어ㆍ문화ㆍ역사가 다른 국가들 간 재정ㆍ정치적 통합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구조적 결함을 여실히 드러내는 실정이다. 시간이 갈수록 유로 위기는 더 확대돼 유로 경제는 장기간 침체될 것으로 보인다.

중동 상황도 녹록지 않다. 이란ㆍ이스라엘 등 중동의 위험요소는 언젠가는 터질 폭탄으로 항시 도사리고 있다. 1970년 이후의 세계 경기침체 중 많은 부분이 중동사태로 야기된 유가 상승으로 인해 시작됐다.

한국의 대외 수출의 가장 큰 시장인 중국도 과거와 같은 고도 성장을 더 이상 구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처럼 대외여건의 불확실성이 도처에 깔려 있는 가운데 한국은 북한이라는 또 다른 변수를 안고 있다. 양극화, 일자리 창출, 가계부채 등 한국 경제 내부의 문제도 이러한 세계 흐름과 맞닿아 있어 세계 금융과 경제 흐름에 대한 깊은 안목과 이해 없이는 국내 현안을 성공적으로 풀어나가기 어렵다.

글로벌 위험 요소들은 우리의 뜻대로 피해나갈 수 없다. 다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도록 선제적으로 대비하는 일이다. 이러한 어려운 일이 바로 차기 대통령의 몫이다. 차기 지도자 선택에 여러 요소를 고려해야 하지만 이 시기에 가장 요구되는 것은 다가오는 위기들을 기회로 만들 수 있는 검증된 자질과 능력이다. 말이나 구호만 가지고 되는 것이 아니라 위기와 변화를 내다볼 수 있는 통찰력, 변화를 추구할 수 있는 의지, 정교한 해법을 도출해 이끌 수 있는 추진력 등의 능력을 갖춰야 한다.

선거전이 정책 차별화가 적고 부수적인 이슈의 네거티브 정쟁에 치우쳐 흘러가는 양상으로 전개된다면 실상과 거리가 있는 후보의 허상의 이미지에 의해 유권자의 판단이 흐려지고 정치적 무관심이 커질 우려가 있다. 한국은 물론 미국에서도 최근 선거전은 미디어와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후보의 이미지를 기획해 만들어가기 때문에 대부분의 유권자들이 충분한 시간을 갖고 검증하거나 경험해보지 않고는 후보의 실상을 파악하기 어렵다.

지금 세계는 르네상스 이후 서구문명의 주도로 이뤄진 자본주의 경제체제, 정치제도 등이 많은 한계를 드러내면서 새로운 체제로 넘어가는 전환점을 맞고 있다. 이번 대선의 선택은 글로벌 한국의 미래가 달린 문제이다. 현재와 미래 한국 발전의 중심축은 30~40대 유권자들이다. 눈에 보이는 현실적 불만과 감성에 치우치지 말고 국가의 백년 미래를 생각하는 지혜로운 선택을 통해 한국이 선진강국으로 도약하고 세계질서를 이끌어가는 주역이 될 수 있는 모멘텀을 만들어야 한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