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통화스와프’에 증시가 폭발했다. 30일 증시는 12%에 육박하는 사상 최대의 상승률 속에 각종 진기록을 쏟아내며 폭등했다. 그동안 증시를 짓눌렀던 외환 리스크에 따른 국가부도 위험이 순식간에 사그라지면서 활화산이 용암을 쏟아내듯 솟구쳐 올랐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날 유례없는 폭등을 놓고 “외환 리스크의 정점이 지난 반증”이라며 반등이 지속될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하지만 대내적으로는 은행권을 중심으로 위기감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고 대외적으로는 일부 이머징마켓의 부도 위험이 여전하다는 점은 증시의 상승폭을 제한할 요소로 꼽혔다. ◇“외환위기 정점 지났다” 사상 최대 폭등=이날 코스피지수는 전날에 비해 115.75포인트(11.95%) 폭등한 1,084.72포인트로 장을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최대 상승폭을 보였던 지난 1998년 6월17일(8.5%) 기록을 10년4개월여 만에 갈아치웠다. 증시 수급도 눈에 띄게 호전됐다. 외국인과 기관의 순매수가 이틀 연속 지속됐다. 개인은 차익실현을 위해 2,000억원어치를 팔았지만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223억원, 1,700억원을 사들이면서 이틀 연속 ‘쌍끌이’에 나섰다. 외국인이 이틀 연속 순매수에 나선 것은 지난달 22일 이후 처음이다. 공동락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한미 간 통화스와프 협정은 국내 금융시장의 최대 난제인 외화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는 단초를 제공한 것”으로 평가했다. ◇상한가만 840개…진기록 속출=지수 폭등에 따라 이날 각종 진기록들이 쏟아졌다. 코스피시장의 경우 역대 최고의 상승률과 함께 상승종목 수는 839종목으로 역대 2위를 기록했다. 상한가 종목도 375개에 달했다. 시총 1위인 삼성전자가 13% 급등하며 상한가에 오르지 못한 것을 제외하고는 시총 2위와 3위인 포스코와 한국전력이 나란히 가격제한폭까지 올랐다. 시총 50위 가운데 25개 종목이 가격제한폭에 도달했다. 코스닥시장도 기록을 쏟아냈다. 코스닥 역시 이날 11.47% 폭등하며 역대 최고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상한가와 상승종목 수가 각각 462개, 990종목으로 사상 최대였다. 시가총액(유가증권+코스닥)도 전날에 비해 63조7,046억원이나 증가해 597조4,756억원을 기록했다. ◇반등 지속 가능성 부각=이날 폭등은 최근 극도에 달했던 일중 급등락과 달리 오전부터 하루 내내 폭등세를 이어가면서 향후 반등 지속성을 점치는 목소리도 나왔다. 선진국 시장의 불안과 경기둔화로 여전히 높은 변동성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지만 주가순자산비율(PBR) 0.9배의 저평가 매력과 각종 정책 추진, 미국 대통령선거 효과 등에 힘입어 1,200선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다. 류용석 현대증권 투자분석팀장은 “최근 일본의 닛케이지수가 사흘 연속 20% 이상 급등한 점에 비춰볼 때 코스피 역시 이에 버금가는 상승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며 “향후 1,200선까지 반등의 연속성이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대내 변수가 호전되면서 증시가 급등했지만 미국과의 통화스와프에 들어오지 못한 이머징마켓의 불안에 따른 위험은 계속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의 ‘달러 우산’에 들어오지 못한 일부 국가들의 위험과 국내 은행들의 디레버리지 우려는 상존해 있다”며 “국내 외환위기가 정점을 지났을 뿐 ‘끝’이 아니라는 경각심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