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부실채권 처리 어쩌나"

금감원 정리계획 제출 요구… 은행권, 20兆 규모 연내 해소방안 고심
일부 BIS비율 하락·재무건전성 악영향 우려도


은행들이 20조원에 달하는 부실채권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 개별은행들에 부실채권비율(고정이하여신비율)을 1%로 낮출 것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은행의 경우 2조원 이상의 부실채권을 정리해야 하는 등 은행권 전체적으로 20조원가량의 부실채권을 연내에 처리해야 한다. 은행들은 ▦부실채권을 자체 상각하는 방안 ▦캠코의 구조조정기금에 매각하는 방안 ▦오는 9월 설립되는 민간 배드뱅크에 넘기는 방안 ▦저축은행 등 다른 금융기관에 파는 방안 등 처리방법과 매각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하지만 부실채권 규모가 클 경우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고 구조조정기금 등에 부실채권을 넘길 경우 매각가격이 떨어지는 위험도 감수해야 하는 것이 은행들의 시름을 깊게 하고 있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1ㆍ4분기와 2ㆍ4분기의 경우 은행권 신규부실이 적었지만 앞으로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신규 부실채권이 클 경우 은행 자본계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은행들은 자체 상각 및 구조조정기금, 민간 배드뱅크를 활용해 부실채권을 정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은행권에 이번주까지 부실채권 정리계획을 제출해줄 것을 요구한 상태다. 금감원은 18개 국내 은행 부실채권 담당자들과 실무회의를 갖고 부실채권비율을 1%로 낮추기 위한 은행별 세부계획을 7일까지 제출 받기로 했다. 국내 18개 은행 가운데 수출입은행(0.47%)을 제외하고는 모두 부실채권비율이 1%를 넘는다. 특히 우리은행(1.77%), 농협(1.77%), 하나은행(1.72%), 수협(2.95%) 등이 높은 부실채권비율을 나타내고 있어 부실여신 처리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하반기 추가부실 가능성을 고려할 경우 일부 은행의 경우 2조원의 부실채권을 정리해야 하며 여타 대형 은행도 1조원 이상의 부실채권 처리가 불가피하다"며 "경우에 따라서는 BIS 비율이 하락하고 순익이 감소하는 등 재무건전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은행들은 큰 틀에서는 부실채권을 매각하고 나머지 부실채권은 상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특히 구조조정기금을 통해 매각할 때에는 시가보다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도 있어 매각손실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민간 배드뱅크에 부실채권을 매각할 경우 부동산 등 담보가 있어 제값을 받을 수 있지만 구조조정기금에 매각하는 부실채권은 신용여신과 워크아웃 여신이어서 매각가격을 협상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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