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로부터) 공장이전 보상금으로 24억원을 통보받았지만 공장을 새로 이전하려면 세금을 제외하고도 100억원 이상 투자해야 한다. 이 때문에 아예 공장을 정리하고 폐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행정중심복합도시가 들어설 대전에서 합성수지 가공업을 하고 있는 D사는 최근 폐업을 심각하게 고려할 정도로 심란한 분위기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폐업을 고려한다는 사실이 금융권에 알려지면서 차입금 상환을 독촉받고 있다”며 “자칫하다가는 자진폐업도 하기 전에 흑자부도가 날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행정중심복합도시 추진지역 소재 147개 기업 중 70%(102개사)가 공장이전 비용 등의 문제로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 다행히 폐업은 피한다 해도 10개 중 4개 기업이 사업장 이전 후 종업원 수를 줄일 예정이라고 밝혀 충남 연기군ㆍ공주군 일대 2,500명의 근로자 중 일부가 일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12일 내년 착공 예정인 행정중심복합도시 수용지 내 기업을 대상으로 ‘국책사업으로 인한 공장이전 기업 애로요인’을 조사한 결과 69.2%의 기업들이 “이전비용과 대체부지 확보의 어려움으로 아직 이전계획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또 일부 기업은 “이번 기회에 아예 폐업하는 것도 고려 중”이라고 답했다. 반면 대체부지를 확보한 기업은 전체의 19.2%에 불과했고 이전자금을 확보한 기업도 18.8%에 그쳤다. 행정중심복합도시 예정지 기업들이 폐업까지 고려하고 있는 이유는 보상금이 공장이전 비용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 실제로 행정중심복합도시 인근지역 지가는 평당 70만원 수준이지만 보상가는 50만원 정도에 불과해 공장건설을 위한 대체부지 확보가 거의 불가능한 실정이다. 폐업 상황을 피한다 해도 행정중심복합도시지역 기업들은 과다한 이전비용 문제로 사업규모와 종업원 수를 대폭 줄일 계획이다. 이번 조사 대상 기업 가운데 37.7%가 공장이전 후 종업원 수를 줄일 예정이고 35.6%가 사업규모를 축소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전제품 부품업체인 G사의 한 관계자는 “대체부지를 마련했지만 이전비용이 보상가보다 30억원 이상 더 들어가 종업원과 사업규모를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보상뿐만 아니라 정부의 지원정책도 이전 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특히 창업 당시 토지 매입가와 보상가의 차이로 부과되는 양도세의 경우 가뜩이나 이전비용이 부담스러운 기업인들에게 무거운 짐이 되고 있다. 연기군 소재 한 업체 사장은 “자의로 이전하는 것도 아닌데 창업 당시 평당 10만원을 기준으로 보상가와의 차이를 과세한다면 이전비용에다 세금까지 아예 기업을 하지 말라는 소리”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한편 국책사업부지 내 기업들은 공장이전을 위해 가장 필요한 정책과제로 양도세 감면 등 세제지원(31.9%), 대체부지 확보 지원(28.8%), 자금융자 등 금융지원(27.7%), 기반시설부담금 등 대체부지 부담금 경감(7.9%) 등을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