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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북 개발의 거점을 확보하라’
도심의 장기간 방치된 노후시설을 재개발하는 방법으로 복합단지 개발이 떠오르고 있다. 복합용도의 건물은 주거, 상업, 오피스 등 여러 공간기능을 한 곳에 집결시킨 것으로 토지 이용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각 기능의 유기적 상승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주거시설과 상업시설이 함께 들어서는 주상복합은 주택공급을 통해 도심의 공동화 현상을 해결하고 유동인구를 위한 상업용도로도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게다가 업무, 상업시설, 엔터테인먼트 등을 묶은 복합단지라면 업무의 효율을 극대화한다는 이점과 함께 여가활동도 가능한 공간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복합단지는 도심 내에 거점을 형성해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점에서 해외에서도 애용되는 개발 수단이다. 일본 도쿄 시부야구 에비스에 있는 ‘에비스 가든 플레이스’는 연면적 14만4,000여 평에 상업ㆍ주거ㆍ숙박ㆍ문화ㆍ오락시설을 갖춘 성공적인 복합개발 사례로 꼽힌다.
도쿄 인근의 주거단지에 위치한 이곳은 삿포로 맥주회사가 공장을 이전한 자리에 94년 완공된 것으로 주거와 상업기능이 조화를 이루고, 교통이 불편한 지역적 한계를 400m에 이르는 움직이는 보도 ‘에비스 스카이 워크’로 해결했다는 점에서 화제가 됐다.
미국 LA의 명소로 꼽히는 유니버설 스튜디오 역시 복합단지 개발의 좋은 예다. 현재 디즈니랜드 다음으로 관광객이 많이 방문하는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영화산업을 주제로 한 테마형 위락시설 개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50년대 LA거리를 연상시키는 쇼핑상가와 음식점등을 도입한 5,700여 평의 ‘유니버설 시티워크’를 개발해 큰 호응을 얻었다. 또 UCLA 분교를 유치, 연간 약 2,000여명의 학생이 캘리포니아 산업을 대표하는 영화ㆍ엔터테인먼트 관련 교육도 받도록 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런던도심 동측에 위치한 도크랜드의 개발이 성공적인 복합단지 개발 사례로 꼽힌다. 세계 제1의 항만에서 영국경제의 쇠퇴와 항만시설의 노후화로 제 역할을 잃었던 도크랜드는 정부가 100% 출자한 런던도크랜드개발공사가 민간개발업자와 협력해 주거와 산업이 조화를 이룬 신도시로 개발했다.
각 국가들이 다양한 복합단위 건물을 짓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시간을 절약하고 편리성을 추구하는 현대인의 생활습관이 자리잡으면서 ‘원스톱’으로 일상사의 대부분을 해결할 수 있는 복합공간의 필요성이 커졌다고 분석하고 있다.
또한 도심 공동화, 교통혼잡 등 도시의 내제된 문제점들을 해결하고, 도시의 기능을 효율적으로 재정비하기 위한 수단으로 복합개발이 선호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신조 내외주건 사장은 “복합단지 개발은 한 기능이 다른 기능을 더 보완할 수 있을 때 성공적일 수 있는데 통상 3~4가지가 결합된다”며 “일례로 주거시설이 들어오면 수요기반을 확보한 상업시설이 더 기능적으로 개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에도 복합단지로 개발된 사례는 있지만 대표적인 것은 대부분 강남에 위치하고 있다. 국내 최대의 복합문화공간인 코엑스는 강남 삼성동에 위치하고, 반포동 센트럴시티 역시 강남지역 업무 및 상권의 중심축 역할을 맡고 있다.
상대적으로 복합단위 개발이 부족했던 강북에서는 최근 도심과 뉴타운 개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복합개발 계획이 속속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복원된 청계천 장통교 남쪽 수하동 5번지 일대 을지로2가 도시환경정비구역 5구역에는 40층의 호텔ㆍ주거건물과 34층의 상가ㆍ오피스건물, 6층의 판매시설 등 3동과 함께 520평 규모의 삼각공원이 들어선다.
도심재개발사업이 추진 중인 세운ㆍ대림상가 일대도 복합용도 개발이 이뤄질 계획이다. 4지구 복합개발사업을 수주한 대림산업은 강남 코엑스몰을 벤치마킹해 상업ㆍ판매시설 등이 들어서는 복합단위 개발을 제안해놓은 상태이고, 주거시설로도 40평형 대 이상 아파트 750여 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다. 이 밖에 동대문운동장 자리에도 복합개발이 이뤄진다.
최근 도심지역에 주상복합이 잇따라 들어서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전문가들은 도심은 업무나 상업이 더 중추적인 역할을 맡는 지역인 만큼 과도한 주거용 복합건물의 선점현상을 막으면서 도심의 제 기능을 살릴 수 있는 복합개발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강북 부활 조짐 신호탄은?
제조업 줄고 서비스업 늘고 우세 업종 자리바꿈
청계천일대 음식숙박·의류패션업 활성화 예상
주차공간 확보·방문객 편의시설 확충 뒤따라야
강북이 다시 살아난다는 신호는 무엇을 보고 알까?
전문가들은 정체됐던 고용과 인구가 증가했을 때 도시의 재생프로그램이 성공했다고 본다. 도심의 지역산업을 활성화 시켜 일자리를 늘리고, 도심 공동화 현상을 방지하려는 것도 결국 도심의 위상이 '경제 중심지' 기능에 따라 좌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청계천 복원 이후 도심의 산업적 변화를 관찰한 결과를 살펴보면 아직 이렇다 할 양적 변화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다만 우세업종의 순위는 부지런히 자리바꿈을 하며 도심의 산업지도를 바꾸고 있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02년부터 2004년까지 도심지역의 사업체는 2.24%로 서울시 평균(0.75%)은 물론 강남3구(0.55%)를 훨씬 웃돌았다. 반면 도심지역의 산업 종사자 수는 이 이간동안 3.97%나 줄어 서울시(-0.36%), 강남3구(-2.46%)보다 감소 폭이 컸다. 사업체 규모가 축소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양적인 증감보다 흥미를 끄는 부분은 질적인 변화다. 청계천 복원 후 43개의 업종에서 10% 이상의 사업체 변동이 있었고, 이 가운데 23개 업종은 감소하고 20개 업종은 증가하는 뚜렷한 엇갈림이 포착됐다.
감소한 업종은 제조업, 증가한 업종은 서비스업이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반도체 및 기타 전자부품 제조업, 금융기관 및 관련 서비스업 등 지식기반서비스 등 감소에서 증가로 전환된 업종이었고, 반대로 항공기 및 부품제조업, 건축자재 및 철물도매업 등은 증가에서 감소추세로 바뀌었다.
지역별 전문화 추세가 강화되는 점도 눈에 띈다. 종로구는 상품중개업, 여행업, 공연산업 등이 증가하는 반면 도심의 전통적 강세 업종인 인쇄출판업이나 금융보험업이 크게 줄었다. 중구는 법무ㆍ회계, 시장조사 및 경영컨설팅 서비스부문이 증가하고 있으며 성동구는 식품 제조와 조립금속제품 제조, 동대문구는 건축자재ㆍ철물, 음식료품 도매업이 늘어나는 추세다. 이 같은 변화는 청계천변일수록 더욱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청계천 일대 사업체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청계천 일대 도심산업 중 활성화 될 것으로 예상되는 업종으로 음식숙박업(64.2%)이 가장 많이 꼽혔다. 이어 의류패션업(48.7%), 오락문화관련업(37.8%), 여행업(23.2%) 등이 뒤를 이었고, 금융보험업(11.8%)과 IT산업(8.2%) 등 지식기반산업의 미래도 밝게 전망됐다.
이들은 이 같은 산업군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주차공간의 확보'(51.0%)와 '방문고객을 위한 편의시설 확충'(47.2%) 등의 지원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또 '금융지원'(19.8%), '공용창고 및 물류시설 확충'(18.8%), 이주업종에 대한 신속한 이주정책(12.3%) 등도 서둘러 추진돼야 할 과제로 지적됐다.
정병순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청계천 복원사업은 산업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크게 미치지 않고 안정기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며 "도심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시장논리와 별도로 고부가가치 부분으로의 업종전환이나 지식기반화ㆍ첨단화를 유도할 수 있는 지원책과 이를 뒷받침할 정책자금이 확보돼야 한다"고 말했다.
/기획취재팀= 구동본 팀장, 정두환·이연선 기자 dbko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