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주식시장 어디까지 갈까

뜨거운 주식시장 어디까지 갈까 "조정 불가피" 전망속 "700도 간다" 낙관도 증권시장이 작년 9월20일 이후 4개월만에 600포인터대에 접어들면서 이번 상승세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증권전문가들은 뚜렷한 펀드멘털상의 변화없이 급상승하고 있는 서울증시에 대해 경계령을 내리기 시작했다. 외국인의 대규모 매수세, 고객예탁금 급증 등 증시주변여건이 단기간내에 급속히 호전되고는 있지만 경제의 기본구조와 체질이 크게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특히 엔화약세, 불안한 미국경제 등 대외변수들에 시장이 노출될 가능성을 보이기 시작했고 설연휴를 앞두고 차익을 실현하려는 욕구가 본격적으로 가동될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시장의 분위기는 '일단 꼬인 실타래를 풀었다고 봐야되지만 대세상승으로 이끌기에는 아직 힘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서한기 대한투자신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국내에 유입되는 해외자본이 단기성 헤지펀드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나 현재의 자금유통을 통한 유동성장세가 기업들의 경영실적 호전으로 유발되는 실적장세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번 상승세가 단기간의 조정을 마치고 620포인트까지 올라간다면 2차 상승의 힘으로 700포인트대까지 갈 수 있다는 낙관적인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일단 돈은 증시로 몰리고 있다 16일 주식시장은 장초반 개인들의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지며 조정을 벋는 듯 했으나 오후들며 증권주를 앞세워 삼성전자, 현대전자, 포항제철 등 지수관련주에 외국인의 매수세가 몰려 그동안 강한 저항선의 역할을 하던 600선을 뚫고 올라섰다. 지난해 10월 이후 3개월간 500선대에서 박스권을 형성하며 정체상태에 머물다 504.62(코스닥은 52.58)로 2000년을 마감했던 지수는 이날 603.42(코스닥 77.71)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급등장세를 연출하고 있다. 주식시장을 폭발시킨 원동력은 외국인. 연초 미국에서 날아든 0.5% 금리를 인하한다는 발표로 외국인들은 국내 우량주에 대한 쇼핑을 시작했고 이어서 개미군단들이 가세, 증시반등을 동반 견인했다. 지난 15일까지 외국인 순매수는 1조8,513억원이고 지난해 30일 기준 6조569억원이던 고객예탁금은 14일 현재 8조6,440억원으로 증가규모가 단 10일만에 2조5,000억원을 넘어섰다. 국고채 수익률이 사상 최저치인 5%대에 재진입하고 시중은행들이 예금금리를 속속 인하하는 상황도 시중 부동자금의 증시유입을 가속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정책이 구조조정에서 경기부양으로 초점을 이동하면서 회사채신속인수제도, 연ㆍ기금 주식투자비중 확대 등 각종 부양책을 시도한 것도 증시부양을 끌어온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정동희 연구원은 "미국의 금리인하는 국제자본의 재분배를 촉진시켰고 서울증시도 이에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1월 랠리 언제까지 갈까 투자심리도가 초과열권을 나타내는 90%에 이르면서 주식시장 주변에서는 단기 급등에 따른 경계성 분석들이 잇따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현대증권 관계자는 "정부의 회사채신속인수제 도입이 외국인의 국내증시 유입에 물꼬를 텄지만 최근 주가는 엔화하락, 원화환율, 금리, 미국의 경기침체 등 우리 경제를 위협하는 요인들이 반영되지 못한 허수일 가능성이 크다"며 단기랠리에 그칠 것이란 분석에 무게중심을 뒀다. 현 추세는 제한적 반등에 그칠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로 인해 증시전문가들은 앞으로 개미투자가들은 외국인 투자규모와 방향에 대해 예민한 촉각을 곤두세워야 할 것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서한기 팀장은 "주식시장이 당분간 외국인의 투자자세에 따라 달라질 수 밖에 없는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며 "외국인의 매수강도의 지속여부에 따라 상승폭과 상승기조의 연속성, 기간 등이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 유동성장세가 실적장세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3~6개월내 실물경제 정상화가 가시화돼야 되지만 현재 여건으로는 전망이 불투명해 외국인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단기 조정후 재상승할 것이란 전망도 강하다. 김도현 삼성증권 선임연구원은 "외국인의 순매수 추이로 볼 때 600포인트 돌파이후 상승세가 이어질 수 있다"며 "550포인트대와 580포인트대의 매물대를 돌파한 주식시장의 에너지가 쉽게 소진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주식시장이 경기에 선행한다는 가정에서 본다면 국내경기가 경착륙에 대한 우려가 줄어들며 상승세를 이끌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시장의 분위기가 조정을 바라고 있고 '산이 높으면 골도 깊다'는 증시격언처럼 반등 뒤에는 하락반전도 잊지 않아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태욱 현대증권 리서치센터 본부장은 "풍부한 유동성에 의한 상승장이라도 보수적인 투자자세를 견지해 줄 것"을 당부하며 "추격매수는 피하되 외국인 투자동향을 살펴가며 시장에 맞춘 탄력적인 대응이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정승량기자 김현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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