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배출가스 기준은 지켜져야

올해부터 강화되는 배출가스 허용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해 GM대우의 다마스ㆍ라보 등 경상용차의 생산이 중단됐다. GM대우는 정부를 상대로 근로자의 생존권 문제 및 국가경제 문제를 거론하며 배출가스 허용기준을 18개월 유예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GM대우가 3년 이상의 충분한 개발기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체 기술개발과 투자를 통한 배출가스 허용기준 달성 방안을 모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자동차 분야 연구자로서 이런 얘기들이 나올 때마다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정부는 배출가스 허용기준을 유예해달라는 기업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시민단체들이 국민의 건강권을 무시한 채 기업의 이익만을 추구하려 한다고 반박하고 있고 지난 2004년 7월 현대자동차의 3.5톤 이상 경유상용차에 대해 배출가스 허용기준을 2개월 유예하기로 결정한 후 받았던 비난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다. 물론 2개월 유예한 나쁜 선례가 있어 ‘누구는 해주고 누구는 안 해주냐’는 식의 허용기준 18개월 유예 요구를 하는 빌미를 주기도 했다. 환경부는 여러 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거버넌스(governance) 체계 안에서 합의를 도출하는 시도를 해오고 있다. 가장 좋은 예가 2003년도 경유승용차 국내시판 허용을 논의했던 ‘경유차환경위원회’이다. 자동차 배출가스 허용기준을 제ㆍ개정하는 과정에도 관련 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기준이 시행되기 수년 전에 입법예고를 하고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있다. 자동차 제작사의 입장에서는 기준 제ㆍ개정을 할 때 선진국의 경우 7~8년의 기간을 두고 기술적용 검토 및 공청회를 거쳐 시행하는 데 비해 국내에서는 기술개발에 필요한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는다고 항변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국내 자동차 제작사가 미국 및 유럽으로 수출하는 차량에는 선진 기술을 개발해 이미 적용하고 있다. 더구나 선진국에 비해 대기오염 수준이 심각한데 후행하는 기준제정을 마냥 늘어뜨려 준비기간을 길게 할 수 없는 것은 이해해야 한다. 어느 나라든 환경관련 기준 및 규제는 기업에 부담이 되는 잉여 투자를 필요로 하는 것이 일반적인 경향이고 LPG 자동차의 경우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의 기술이 앞서 있으나 모든 차종에 적용되지 않은 것뿐이다. 실제로 정부에서 지원하는 무ㆍ저공해자동차기술개발사업의 일환으로 개발 중인 국내 제작사들의 LPG 자동차는 개발이 거의 완료되지 않았는가. 각 국가들은 정부 주도하에 환경관련 기준을 다소 무리하게 제정하고 기업에 따라오라고 강요하고 있고, 기업은 자사의 이익이 창출되는 방향으로 기업운영을 하지만 필요할 경우 무리한 정부 및 국민의 요구를 수용하기도 하면서 합의에 의해 환경보전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GM대우의 입장에서 18개월을 유예해달라는 것은 기존의 800㏄급 경상용차를 TLEV에서 ULEV 배출가스 허용기준을 만족하도록 기술개발을 하더라도 1,000㏄급 경상용차를 오는 2008년 생산해야 하므로 이중의 기술개발 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생각된다. 한편 에너지 상대가격 개편 이전에는 LPG 가격이 높아 LPG 자동차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진 상황에서 기술개발을 할 필요가 있겠는가 하는 시각을 갖고 있다가 LPG 가격이 낮아지면서 선호도가 향상되는 것을 보고 개발에 임하다 보니 개발시간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충분한 개발기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술개발과 투자를 통한 배출가스 허용기준 달성 방안을 모색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정부의 설명이 오히려 설득력을 갖는다. 앞으로 세계 최악의 수준인 대기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ㆍ기업 및 시민사회가 지속적으로 힘과 지혜를 모아나가야 할 것이다. 대기환경보전법 집행 주무부서인 환경부에 대해서도 경유상용차의 배출가스 기준을 2개월 유예한 것과 같은 정책적 과오를 다시 반복해서는 안 될 것이다. 입법예고된 법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지키는 측에서는 투자비용 등의 손해를 보게 되는데 향후 누가 법을 따르고 지킬 것인가 반문하고 싶다. 결론적으로 GM대우가 배출가스 허용기준을 만족할 때까지 과감히 경상용차 생산을 중단하고 기술개발을 통해 신제품을 출시하는 것이 정도를 걷는 선진 기업으로서 장기적으로 자동차산업 및 기술 발전에 기여하고 국민의 신뢰를 얻는 길임을 알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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