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물가를 잡기 위해 총력전에 나섰지만 서민 체감도가 높은 외식비에 대해서는 뾰족한 묘수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간 가공식품ㆍ통신비ㆍ기름값 등은 압박카드를 통해 가격인하 및 유지를 유도했지만 외식비에 대해서는 소비자단체를 활용한 품목별 가격조사ㆍ공개 정도에 그치는 실정이다. 이처럼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다 보니 공정거래위원회의 '칼날'이 외식업체들을 향하게 될지 주목된다. 특히 이른 장마에 따른 농수산물 가격 폭등과 공공요금 인상 등 하반기 물가불안 요인이 가득한 까닭에 서민들의 어깨만 더욱 무거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의 외식비 인상이 서민들이 운영하는 소규모 음식점보다 대형 외식업체나 프랜차이즈 등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판단, 이들 업체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에 나섰다. 공정위는 이달 초 주요 외식업 가맹본부 임원들과 간담회를 실시해 가맹점 사업자에 대한 매장 리뉴얼 강요 및 가격구속 행위 등이 없도록 협조를 요청했으며 22개 가맹본부의 불공정행위를 조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또 외식비 안정을 위해 소비자단체에서 삼겹살ㆍ설렁탕 등 6개 외식품목에 대해 이달 중 서울 등 7대 광역시에 소재한 500개 대형 업소를 중심으로 가격조사를 실시하고 다음달부터는 대상 업소를 2,000개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과도하게 가격을 인상한 경우 소비자단체의 신고로 불이익을 받도록 할 방침이다. 그렇지만 업체들 역시 연초부터 시작된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불가피한 일이라며 항변하고 있다. 해당 기업들을 옥죄기(?) 위한 정부 주요 인사들의 업체 간담회도 수시로 이뤄지고 있다. 윤상직 지식경제부 제1차관은 지난 14일 대형 유통업체 대표들을,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15일 12개 식품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을 만나 장바구니 물가 안정을 위한 협조를 요청했다. 윤 차관은 이번주에는 라면ㆍ아이스크림 등 오픈프라이스에서 제외된 4개 품목 제조사 대표들을 만날 예정이다. 문제는 집세ㆍ외식비를 포함한 서비스 요금, 가공식품 물가 상승세로 근원물가가 훌쩍 뛰어오른 가운데 농산물과 석유류에서 다시 충격이 가해지는 것이다. 최근 한달 가까이 이어진 장마로 농산물 가격이 요동치고 있으며 장마가 끝나면 태풍이 기다리고 있다. 더욱이 올해는 추석(9월12일)이 예년보다 열흘 이상 이른데 추석 선물이자 제수용품인 사과나 배는 본격적인 수확시기가 9월 중순 이후여서 물량부족으로 가격이 급등할 가능성이 높다. 기름값 부담도 여전하다. 국제유가의 고공행진 속에 기름값 100원 인하가 이달 초 종료되면서 소비자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여기에 상반기 중동 정정불안으로 초래된 유가상승으로 올해 7~8월 국제선 유류할증료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2.5배 정도 인상됐다. 공공요금 인상도 대기하고 있다. 정부는 이달 전기요금 인상계획을 시작으로 우편ㆍ열차ㆍ도로통행료 등 주요 공공요금 조정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중국발 인플레이션인 '차이나플레이션'도 불안요인이다. 민간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농수산물 가격 상승에 공공요금 인상, 중국발 인플레이션 등을 감안하면 물가상승률이 연간 4% 수준에서 선방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