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회복의 적, 불확실성

최근 신문ㆍ방송 등 매스컴을 통해 연일 우리 경제가 어렵다느니, 기업의 경영환경이 악화됐다느니, 소비심리가 떨어진다느니, 백화점ㆍ할인점의 매출이 격감했다느니 하는 소식들을 접한다. 서민들은 심지어 현재의 경기상황이 IMF 때보다 어렵다는 하소연까지 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현재 우리 경제를 둘러싸고 있는 불확실성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크게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국제정세와 관련된 미국 경제의 향방, 북핵문제, 새 정부의 정책 운용방향 등이 그것이다. 미국 경제의 향방이야 우리가 어쩔 수 없는 대외 요인이라 하더라도, 북핵문제와 새 정부의 정책운용 방향에서는 책임 있고 일관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이러한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 하겠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만만치 않다. 최근 북핵문제가 해결의 가닥을 잡았다고 하지만 여전히 여전히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만큼 불투명한 것이 사실이다. 만약 미국과의 쌍무적 틀에서 문제를 풀려는 북한과 다자주의적 안보협력의 틀로 해소코자 하는 미국의 갈등이 계속되고, 그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경우 남북관계뿐만 아니라 우리 경제회생에 불확실성을 증폭시키는 요인이 될 것임은 명약관화한 사실이다. 특히 이른바 `촛불시위``이라크 파병반대`로 일컬어지는 반전ㆍ반미 시위의 여파가 보수 대 진보의 대결 양상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우리편`이 아니면 모두가 `적`이라는 극단적인 이분론적 잣대까지 확산되고 있어 국민통합에 커다란 장애요인으로 대두되고 있다. 아울러 새정부 출범으로 기대치가 상승한 여러 이익집단들의 제 몫 찾기도 사회 갈등을 확산시키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모습들은 결국 외국 투자자들이 우리나라로부터 발길을 돌리는 원인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실물경제를 나타내는 경기지표를 살펴보자. 이른바 `경제고통지수(Misery Index)`의 양대 변수인 물가와 실업 모두 매우 심각하다. 올 1ㆍ4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1%에 달해 정부의 연간 억제 목표선인 4%를 이미 넘어선 상태다. 실업률이 지난해 3.0%에서 3월말 현재 3.6%로 점차 상승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기업들의 신규채용 억제에 따른 고용불안이 심화되고 있다. 또한 3월 무역수지 적자가 5억1,400만달러로 집계됨에 따라 올 1ㆍ4분기 무역수지 적자누계는 이미 10억 달러를 넘긴 상태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경제주체들이 느끼는 체감경기 수준이 최악이라는 것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3월 소비자전망조사 결과`에 따르면, 6개월전과 현재의 경기ㆍ생활형편 등을 비교하는 소비자평가지수는 전월보다 9.6p 급락한 63.9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98년 11월 통계조사를 시작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 1ㆍ4분기 중 외국인 직접투자도 전년동기보다 48.4%가 줄어든 11억800만달러로 집계됐다. 이같은 실적은 98년 1ㆍ4분기 이후 최저 수준이다. 위의 사실들을 종합해 볼 때, 현재 우리 경제는 외환위기 이후 최대의 시련을 맞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즉, 우리 경제는 다시 한번 도약하느냐 나락으로 떨어지느냐의 기로에 서 있는 것이다. 작금의 어려운 상황을 슬기롭게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모든 경제주체들의 `의식의 대전환`이 필요할 때다. 우선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특히 한ㆍ미간 동맹을 더욱 강화함으로써 경제적 상호관계가 소원해져서는 안될 것이다. 또한 사회구성원들의 갈등을 봉합하는 정책들이 필요하다. 각종 이익집단의 제 몫 찾기에 대해서는 원칙을 지키면서 공익에 도움이 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청취하는 자세가 필요하지만, 그 외의 부분에서는 단호한 태도를 보임으로써 `겉으로 안정되고 속으로 골병드는` 결과를 초래해서는 안된다. 다음으로 기업들의 투자의욕을 고취할 수 있는 정책들이 필요하다. 최근의 경기침체와 더불어 SK사태까지 더해져 기업의 투자의욕은 더욱 상실된 것이 현실이다. 이에 정부는 기업들의 투자를 저해하는 각종 규제를 과감히 철폐하고, 투자를 유도할 수 있는 인센티브를 적극 도입하여야 한다. 기업의 투자활성화는 결국 소비진작으로 이어질 것이고,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최근 불안ㆍ과격 양상을 띠고 있는 노사문제에 대해서 정부는 법과 원칙에 입각한 엄정한 중재자의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 새정부 출범 이후 노동계의 제도개선 요구가 수용되는 조짐을 보이자, 이에 편승하여 개별 기업 노조들도 과도한 인사ㆍ경영권 참여 등 기업이 수용할 수 없는 사항에 대해 더욱 강경한 요구를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계속 노동계에 힘을 실어준다면 경제계가 취할 수 있는 선택은 고용회피와 투자조정 정책밖에 없다. 앞서 제기한 일련의 정책과제들을 통해 정부가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준다면, 경제주체들은 정부를 신뢰하게 될 것이고, 이러한 신뢰는 불확실성의 제거로 이어져 우리 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김영배(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이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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