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건축문화대상] 대룡중학교

교실마다 자연조망·일조권 확보




강원도 춘천시 퇴계동 산자락에 접한 대룡중학교는 올해 3월부터 신입생을 받았다. 주변 아파트 단지가 입주하면서 새로 지어진 이 학교는 주변 자연환경과 조화를 잘 이루고 있다. 학교 옆에 위치한 작은 언덕배기 산쪽으로 경사진 지형을 최대한 살리면서 건물들이 각각의 개성을 갖고 있다. 여느 학교 건물처럼 네모 반듯하게 올라가지 않고 각 동의 위치도 나란하지 않게 비뚤어진 채로 놓여있다. 세개의 교실동과 한개의 다목적실로 건물동이 운동장 뒤쪽의 남향으로 배치돼 각각의 건물의 교실에서 독립적인 자연 조망과 일조권을 확보할 수 있게 했다. 또한 교실동은 학년별로 분리되며 독립된 중심공간을 가져 양질의 학습공간을 조성하도록 도왔다. 교실동 사이에는 편의시설과 교육연구시설이 배치돼 건물끼리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다양성과 창의성을 길러줄 수 있도록 외부공간과 적극적으로 연계 된 특별교실들은 운동장과 맞닿았다. 또한 일반 교실과 특성화 교실 공간을 나눠 일반 교실은 조용한 학습 분위기를 형성하며 특성화 교실은 다양성 및 창의성을 길러 줄 수 있도록 공간계획을 했다. 학교 건물이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둔 것이 곳곳에 엿보인다. 어린시절 교실 옆 복도에서 뛰어 놀고 친구들과 장난치던 경험이 누구에게나 있다. 쉬는시간, 점심시간에 매점을 가기 위해 혹은 운동장으로 가기 위해 계단으로 부리나케 달려가던 기억도 떠오른다. 건축가는 학창시절 많은 시간을 보내야만 하는, 그리고 그 공간 속에서 서로 부대끼며 커가는 학생들에게 추억이 되는 복도 공간을 일반적인 학교보다 좀 더 넓게 만들었다. 복도 한 쪽 끝에서 맞은 편에 계단으로 갈수록 폭이 확대되게 설계한 것도 학생들이 일시에 몰릴 경우에 발생할 지 모르는 안전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건축가의 세심한 배려이다. 건물은 모두 오밀조밀 모여 있는데 이것 역시 주변 건물들과 조화가 돋보인다. 학교 위쪽으로 있는 아파트 단지의 각 동과 학교의 각 건물은 나란히 마주보고 있어 사이로 바람이 지나갈 수 있게 했다. 또한 아파트나 학교의 조망도 크게 해치지 않는다. 산에서 내려오는 오르막은 운동장까지 자연스럽게 경사져 있다. 운동장은 이 학교 옆에 초등학교 운동장과 마주보고 있으며 그 옆에 공원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산에서 두 개의 운동장을 지난 바람이 공원에 다다르게 되는 것. 만약 학교 건물이 운동장 쪽에 위치했다면 이 모든 것은 불가능한 일이 될 뻔 했다. [인터뷰] 설계자-김용만 정림건축사사무소 설계사 “학교의 이용자인 학생들의 시각으로 접근해 ‘하나라도 고치자’고 생각한 것이 좋은 결과로 나오게 된 것 같습니다.” 춘천 대룡중학교를 설계한 김용만 정림건축 설계사는 “학생들이 집 만큼이나 학교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학생들의 불편함을 없애는 것에서 작품 준비를 시작했다”며 “아이들에게 사랑받고 추억이 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데 무엇보다 노력했다”고 말했다. 공립 학교인 대룡중학교 설계를 의뢰 받은 그는 가장 먼저 국가에서 발주한 학교 건물을 일일이 답사했다. 선생님과 학생들을 만나며 개선할 점이 무언가를 찾았다. 김씨는 “학년별로 건물을 따로 만들어 해가 바뀔 때마다 다른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게 한 것은 학년이 올라갔을 때 새로운 환경에서 색다른 추억거리를 줄 수 있게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학생들에게 선물이 될 수 있는 아기자기한 공간을 학교 구석구석에 만들었다. 복도 공간을 넓히고 학생들이 몰리는 계단쪽으로 갈수록 폭을 넓힌 것도 혹시 모를 안전사고가 발생할 것을 사전에 방지한 설계자의 세심한 배려이다. 그는 “이번 수상 뒤에는 춘천 교육청의 담당 공무원의 배려도 컸다”며 “담당자가 건축가의 설계 의도를 잘 이해하고 상부에 조언해준 것이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고 가치 있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내부 마감에 벽돌을 이용한 것도 이채롭다. 김씨는 “선물을 하기까지 무엇을 할까 고민하고 포장하는 과정이 힘들지만 받은 사람이 기뻐하는 모습을 본다면 오히려 더 큰 감동이 다가온다”며 “학생들이 학교생활에 즐거움을 느끼는 것에 가장 큰 행복”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3년 김대중 컨벤션센터를 설계하며 건축계에 ‘주목할 신인’으로 떠올랐던 김용만씨는 “앞으로도 행복을 전해주는 건축가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인터뷰] 건축주 유근옥 대룡중학교 교장 "한국건축문화대상은 학교와 학생들에겐 큰 영광이고 지역 주민들에게도 자랑이 될 것입니다." 올해 한국건축문화대상에서 사회공공부문 본상을 수상한 대룡중학교의 유근옥 교장은 "학생들이 이 사실을 알면 굉장히 자랑스러워 할 것"이라며 "앞으로 더욱 자긍심을 갖고 학교생활을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대룡중학교는 춘천 퇴계 택지개발지구 조성과 함께 설립돼 올해 첫 신입생을 맞은 학교로 주변 경관과 조화를 잘 이루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근옥 교장은 "특별실과 교실이 분리 배치됐으면서도 학생들이 사용하기 편하게 설계됐다"며 "학년마다 나뉜 교실을 연결하는 브릿지는 채광이나 조망도 살리고 학생들에게 명소로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대룡중학교는 올해 3월 처음 문을 열었지만 독특한 설계 등으로 인해 인근 학교 학생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유근옥 교장은 "현대적 건물로 장애인들을 배려한 설계도 잘 돼 있다 보니 공공부문의 상을 수상한 것 같다"며 "오래도록 학생들과 주민들에게 사랑 받는 학교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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