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으로 기업들이 야근과 휴일 근무를 줄이면서 지난해 근로시간이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13일 통계청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상용근로자 5인 이상 사업체에 종사하는 근로자 기준으로 2012년 평균 주당 근로시간이 41.4시간으로 집계됐다. 이는 관련 통계가 구축된 1999년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주당 근로시간은 1999년 47.6시간을 기록한 뒤 꾸준한 감소세를 이어가다 주 5일제 도입 이듬해인 2005년에는 44.9시간으로 뚝 떨어졌다. 그 이후 2009·2010년에는 42.5시간을 유지하다 2011년(41.9시간) 처음 41시간대로 떨어진 뒤 지난해 41.4시간으로 줄었다.
주당 근로시간이 줄면서 월 평균 근로시간도 자연스럽게 떨어졌다. 1999년 206.6시간에 달했던 월 평균 근로시간은 2002년과 2007년에 각각 200시간, 190시간 아래로 내려간 뒤 지난해 처음 179.9시간을 기록해 180시간대마저 깨졌다.
이는 유럽 재정 위기의 여파로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경영 여건이 나아지지 않자 기업들이 근로자들의 연장 근무를 줄이는 방식으로 비용을 감축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해 월 평균 임금총액은 317만8,000원으로 전년보다 5.3% 증가하는 데 그쳤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한 2010년에는 전년보다 6.4%나 늘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연장근로는 가장 전통적인 고용 유연화 전략으로 경기가 좋으면 연장근로를 많이 시켜서 노동 수요를 충당하고 불황에는 근로시간을 줄여 대응하는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고용 유연화뿐 아니라 유럽처럼 일자리 창출을 위한 근로시간 단축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근로시간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된 다른 선진국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근로시간은 여전히 많은 상황이다.
2010년 말 기준으로 미국과 일본의 월 평균 근로시간은 각각 145.8시간, 144.4시간으로 우리나라보다 30시간 이상 적다. 영국과 독일은 137.3시간, 118.3시간에 불과했다. OECD 연 평균 근로시간(1,749시간)과 비교하면 한국은 연간 400시간이나 많을 정도로 노동 강도가 세다.
고용부 관계자는 "법상 근로시간 한도(주당 52시간)를 초과하는 근로자 비율이 여전히 15%에 달한다"며 "산업계 등의 반발로 지체되고 있는 연장근로에 휴일근로를 포함하는 법안이 도입되면 이 비율도 대폭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