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이 만난 사람]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

대담=황인선 부국장대우 정치부장
"정부조직 개편, 기업하기 좋은 방향으로"
각종 위원회 대폭 정비·청와대 비서실도 축소
사회통합 문제는 경제살리기로 풀어 나가야
'BBK특검' 추진세력 총선서 국민이 심판할것


“방만한 정부 조직, 특히 각종 위원회를 대폭 정비하고 청와대 비서실도 축소 개편할 것입니다. 전체적인 방향은 기업하기 좋은 나라, 환경 만들기와 어우러질 수 있는 방향이 되겠죠.”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핵심 측근으로 분류되는 정두언(50ㆍ사진) 한나라당 의원은 23일 서울경제와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방만한 청와대ㆍ정부 조직과 책임소재를 불분명하게 한 위원회 난립 등 난맥상이 참여정부의 국정 혼란과 실패를 가져온 큰 요인”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당선자 대선 선대위에서 총괄기획팀장을 맡아 이 당선자의 ‘복심’으로 불렸기 때문인지 이날 인터뷰 중에도 정 의원에게 여기저기서 축하전화가 걸려오고 축하난이 들어왔다. 그는 소외지역을 배려한 탕평인사에 대해 “호남이 두 번 정권을 잡았었는데 아직도 차별을 얘기한다면 맞지 않다”며 “지역감정 문제는 경제살리기로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의원회관 636호실에서 정 의원을 만나 내년 2월25일 새롭게 탄생하는 ‘실용정부(가칭)‘의 개혁과제와 정책방향, 경제살리기 방안, 한나라당의 특검수사 대응과 총선전략 등을 들어봤다. -노무현 정부가 정부 조직을 방만하게 운영하고 위원회가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 당선자가 대선 중 부처 통폐합을 언급했는데요. ▦공공 부문의 개혁이 새 정부에서 가장 중요한 개혁과제가 될 겁니다. 사회 모든 부문을 구조조정하겠다고 하고서는 결국 그 주체인 공공 부문만 오히려 방만해졌잖아요. 자기 희생이 필요한 부분이죠. 정부 조직 개편은 물론 해야 하고 공기업 경영효율화 문제도 손을 봐야죠. 아마 인수위에서부터 논의될 것입니다. 전체적인 방향은 기업하기 좋은 나라, 이 같은 환경 만들기와 어우러질 수 있는 방향이 되겠죠. -청와대 조직 개편과 위원회 문제도 말씀해주시죠. ▦청와대도 방만해졌고 난잡해졌어요. 새 일이 생기면 기존 조직에서 해도 되는데 새 기구를 만들어서 했습니다. 특히 위원회를 둬서 책임소재가 불분명해졌죠. 위에서, 그러니까 일을 시키는 건 위에 있는 위원회인데 막상 일하는 건 아래 정부 부처인 경우가 많았거든요. 이런 난맥상이 참여정부의 국정 혼란과 실패를 가져온 큰 요인이라고 봅니다. 또 청와대 비서실도 축소 개편하는 방향으로, 또 ‘가지런히’ 정리해야 될 겁니다. -새 정부에 참신한 인재를 기용할 복안이 있다면. ▦이 당선자는 급격한 변화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에요. 점진적으로 가다가 돌아보면 많이 변해있더라 식을 원합니다. ‘물갈이’다 뭐다 그런 것을 너무 의식할 것 같지는 않고요, 서울시장 재임 시절에도 기존 공직자들을 활용해서 일을 했어요. ‘정신무장’에 가깝도록 공무원들의 생각을 바꾸고 효율적으로 운용하면 되지 사람을 굳이 바꿀 필요는 없다는 게 당선자의 주된 생각입니다. -사회통합 차원에서 소외지역에 대한 탕평인사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이 당선자는 탕평인사란 말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원래 지역에 대한 편견이 없고 능력만 보고 쓰는데 무슨 탕평입니까. 그리고 호남 정권이 두 차례나 들어섰는데 아직도 특정 지역 차별을 얘기하는 것은 맞지 않아요. 즉 인사 지역안배 문제가 본질적인 문제는 아니란 뜻이죠. -그럼 지역주의를 해소하기 위해 어떤 방법을 써야 합니까. ▦이번 대선에서 지역주의가 남아 있는 것으로 나타난 만큼 호남에 대해 새 정부는 많은 노력을 해야 합니다. 결국은 경제 문제죠. 경제가 풍요로워지면 지역감정이 자연스럽게 없어질 것이라는 게 이 당선자의 생각입니다. 즉 인사 같은 정치 논리가 아니라 경제 논리로 풀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일명 ‘이명박 특검’이 국회에서 통과됐으며 최근에는 노무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BBK 문제는 지난 2001년 김대중 정부 시절, 2007년 노무현 정부 시절 등 두 번 수사를 했어요. 그들이 야당 정치인을 봐줄 이유가 있겠습니까. 다시 수사한들 달라질 게 없어요. 국력 낭비를 하고 있는 거죠. -검찰이 이 당선자에게 유리한 수사결과를 내놓았을 가능성을 거론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 사건을 담당한 수사관이 몇 명입니까. 그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다 입을 맞추느냐 이거에요. 만약 사실과 다른 수사 결과를 발표했으면 누가 얘기해도 벌써 말이 나왔죠. -‘이명박 특검’ 문제가 총선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봅니까. ▦총선에서 (특검 추진을) 국민들이 심판할 거예요. 이런 당을 다수당으로 만들어주면 만날 이런 짓이나 하겠구나 싶지 않겠어요. 국민들이 혼을 내 줄 겁니다. -앞으로 언론과의 관계 설정이 참여정부와 크게 달라질 것 같은데요. ▦참여정부의 언론정책을 정책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조차 회의적이지만 아무튼 언론정책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갈 겁니다. 더 이상 언론의 자유를 위해 뭘 할지까지는 아니더라도 원위치시킨다는 걸 말씀 드리죠. 부처별 기자실 등은 원래 그대로 만들 거예요. 지키기 어려운 약속이 아닙니다. -국정홍보처 같은 경우 한나라당에서 폐지론까지 나오는데 다소 논란이 예상됩니다. ▦한나라당이 예전에 국정홍보처를 없애겠다고 얘기한 적이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그 논리에는 동의하기가 어렵습니다. 기관장이 잘못했다고 기관을 없애면 되겠습니까. 국가정보원장이 잘못하면 국정원을 없애야 합니까. -경제대통령을 외쳐온 이 당선자가 경제를 살리기 위해 어떤 큰그림을 갖고 있다고 보신지요. ▦결국 경제 얘기를 하면 성장이냐 분배냐의 문제로 돌아갈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성장 없이 분배가 되느냐 이 말입니다. 과거 동유럽ㆍ남미에서 분배를 앞세우다가 나라가 다 망하다시피 한 거 아니닙니까. 그런데 굳이 이 시점에서 우리가 경험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느냐는 말이죠. 국민이 거기에 대해 이번 대선에서 심판을 한 거예요. -이번 대선에서 압도적인 지지율 차이로 이 당선자가 승리했는데 그 원인을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승리 요인은 간단합니다. 시대 정신에 맞는 후보가 이긴 거죠. 경제가 가장 큰 문제인데 경제를 살릴 수 있는 후보가 이명박이었기 때문에 그가 당선된 것 아닙니까. 물론 현 정부가 너무나 실정했기 때문에 반사이익도 좀 봤고요. -정 의원은 지략가로서 이 당선자 캠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데요. ▦캠프는 이 당선자의 승리에 기여한 게 별로 없습니다. 경제 문제에 자신이 있는 이 후보의 존재 자체가 승리의 가장 큰 원동력이었죠. 그리고 저 혼자 캠프 했나요. 다 같이 뛴 거죠. -선거 기간 내내 힘들었을 것 같은데. ▦솔직히 전혀 힘들지 않은 선거였어요. 2등한테 더블스코어로 앞서는 선거를 어떻게 힘든 선거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다만 우리 입장에서는 ‘기분 나쁜’ 선거였죠. 국민 입장에서는 ‘짜증나는’ 선거였고요. 정책 선거는 고사하고 선거운동다운 운동 한번 못해보고 검찰 어쩌고 하는 얘기만 갖고 선거를 했으니…누구 표현대로 이번 선거는 ‘이명박 대 이명박’ 상황이었어요. 자기와의 싸움을 한 겁니다. 인내심이 가장 중요했던 선거죠. 참고 또 참고 말입니다. 약력 ▦1957년 서울 출생 ▦경기고, 서울대 무역학과 졸업 ▦행정고시 24회 ▦국무총리실 공보ㆍ정보비서관 ▦한국연예협회 회원(가수, 3집 음반 발표) ▦서울시 정무부시장 ▦제17대 국회의원 ▦국회 행정자치위원, 한나라당 문화예술특위 위원장 ▦이명박 대통령 후보 전략기획팀장 "인수위 참여 않고 총선 준비"
출마의사 밝혀…원내서 당·청간 가교역 할듯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복심'으로 알려진 정두언 의원은 정부부처 장관보다 18대 국회 쪽을 선택했다. 정 의원은 23일 "대통령직인수위에는 들어가지 않는다. 지역구 관리를 못해 총선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며 출마의 뜻을 밝혔다. 여기에는 이 당선자의 의중이 상당 부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최측근을 청와대나 내각이 아닌 국회로 보낸다는 것은 그만큼 이 당선자가 원내 세력화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한나라당의 한 재선의원은 "이 당선자의 원내 직계세력의 '수장' 역할을 정 의원이 맡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더구나 당ㆍ청 간 긴밀한 협력체계를 강조하고 있는 이 당선자 측의 기류를 반영, 정 의원이 원내에서 청와대와의 가교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정 의원은 "이 당선자가 국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다수 의석이 필요하다"며 "이번 BBK 특검 상황을 통해 봤듯 한나라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면 국정 운영이 힘들고 국민들도 피곤할 것 아니냐"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가 정권 초기에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대통령직인수위 단계나 첫 조각 등을 보고 국민이 총선을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 "보수진영이 분열할 경우 이번 총선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회창 신당'을 거론했다. 그는 "특검은 총선에서 신당이 자신들의 발등을 찍는 자충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야당과의 원만한 국정 협력을 강조했다. 그는 "국정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야당의 실체를 인정하고 정상적인 관계로 복원하는 게 시급하다"며 "참여정부에서는 여야 관계가 실종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우리의 실체를 저쪽에서 인정하지 않고 적군 바라보듯 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편 정 의원은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해 "이 당선자가 박 전 대표와의 파트너십을 강조한 만큼 국정 운영에서 협력해나갈 것"이라며 "박 전 대표도 선거 과정에서 이 당선자를 지원해주지 않았느냐"고 언급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