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동결·대량실업·연쇄부도 등 서민경제 “한파”/IMF서만 최고 77억불… 미·일 등도 동참/적자축소·예산삭감·불실정리 등 요구예상▷지원절차◁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IMF 자금지원 요청은 기존 스탠드바이 협정하에서 이루어지는 긴급차입제도(EFM: Emergency Financing Mechanism)라 할 수 있다. 이는 멕시코사태 이후 긴급자금을 요청하는 국가에 대해 보다 신속하게 구제금융을 지원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짐에 따라 지난 95년 새로 도입된 제도다. 종전 스탠드바이협정을 적용할 경우 구제자금 지원까지 최소 3개월 이상이 소요됐지만 EFM을 활용하면 이르면 2주일 이내에 1차 자금지원이 가능하다.
현재 우리나라는 IMF와 스탠드바이협정을 체결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우선 협정체결을 위한 비공식 의향을 전달하게 되고 IMF는 우리나라의 경제동향과 전망을 면밀히 분석한 후 협약체결 여부를 통보한다. 스탠드바이 협정체결이 확정된 이후 IMF는 상임이사회를 열어 우리나라에 대한 자금지원 여부를 최종 결정하게 된다.
▷지원규모◁
IMF와 해당국가간에 스탠드바이협정이 체결되면 국가별 출자금(쿼터)이 배정되고 긴급사태 발생시 쿼터의 3배(3백%) 범위내에서 공식적인 구제금융을 지원받을 수 있다. 그러나 해당국의 경제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될 경우 지원금액은 쿼터의 5배 내지 최고 7배까지 늘어날 수 있다. 지난 94년 외환위기를 겪은 멕시코가 당시 쿼터 25억달러의 7배 수준인 1백77억달러를 지원받았으며 태국도 쿼터액 8억달러의 5배인 40억달러를 지원받았다.
우리나라의 경우 IMF 쿼터배분액이 11억달러(8억SDR)인 만큼 최고 55억달러 내지 77억달러까지 IMF자금을 빌려 쓸 수 있는 셈이다.
그러나 IMF가 구제금융 실시를 결정하면 아시아개발은행(ADB) 세계은행(IBRD) 국제결제은행(BIS) 등 국제금융기구와 미국 일본 등 선진국들이 자금지원에 모두 동참하게 되기 때문에 실제 지원액수는 훨씬 늘어나게 된다. 멕시코가 IMF지원금 1백77억달러외에 ▲미국 2백억달러 ▲BIS 1백억달러 등 주변지원에 힘입어 총 5백28억달러를 지원받은 것은 대표적인 사례다.
▷지원조건◁
IMF는 구제금융 지원과 동시에 지원국에 강도 높은 자구계획을 요구하게 된다.
IMF 통화환율부문에서 근무한 경험을 갖고 있는 이장영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IMF는 구제금융 실시에 앞서 해당국에 요청하는 표준적인 요구사항을 갖고 있다』며 『이같은 요구사항들이 얼마나 관철되는 지를 지켜본 후 단계적으로 자금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IMF가 구제금융 지원국에 요청하는 내용은 크게 네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국제수지 방어를 위해 무역수지적자폭 축소와 경제성장률 하향조정을 요청하게 된다. 또 물가안정 차원에서 예산삭감과 세율인상, 통화량감축 등 긴축재정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이밖에 외자유입을 촉진하기 위해 금융시장 개방을 촉구하고 금융시스템의 대외신인도 제고를 위해 부실금융기관에 대한 가혹한 구조조정을 강요하는 수순을 밟게 된다.
IMF는 해당국 담당직원을 현지에 파견해 이같은 요구조건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를 수시로 체크하고 만일 이행실적이 미흡하다고 판단되면 차후 단계의 자금지원을 거부할 수 있다. 결국 IMF 구제자금을 온전히 빌려 쓰기 위해서는 향후 2∼3년간 이같은 내정간섭적 요구들을 모두 수용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경제파장◁
IMF 구제금융은 서민경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우선 급여생활자들의 월급봉투가 얇아질 가능성이 크다. IMF 권고사항 가운데 임금상승률 통제 조항이 들어 있는 만큼 추가적인 임금인상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는 얘기다. 세율인상과 통화량감축에 따른 체감경기 위축도 국가경제 회생이라는 대의명분 아래 당분간은 감내할 수 밖에 없다.
또 부실금융기관에 대한 구조조정 압력이 가시화되면서 대량 실업사태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자기자본보다 더 많은 부실채권을 떠안고 있는 종금사와 은행 등에 대해 IMF가 직접 구조조정을 권유해 올 경우 정부가 이를 거부할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금융권은 예상보다 빨리 금융기관 재편이라는 태풍에 휩싸이게 되고 이로 인한 대량 실업사태라는 사회적 문제로 연결될 공산이 크다.
이밖에 부실기업에 대한 구제금융도 앞으로는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이장영연구위원은 『부실기업에 대한 구제금융은 IMF가 천명한 시장기능에 의한 자율규제라는 대원칙에 어긋난다』며 『재무구조가 부실한 기업들은 결국 도산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위원은 특히 『IMF를 포함한 대부분의 국제금융기관들이 한국경제에 대해 「거품이 제거되지 않은 불안정한 구조」로 분석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IMF가 경제정책에 간여할 경우 그동안 정치적 이해관계 등을 이유로 우리 스스로 단행하지 못했던 과감한 도려내기와 구조조정이 가혹하리만치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이종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