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아시아 경제, 정치에 달렸다.”
이 같은 관측의 근거는 한국ㆍ인도네시아ㆍ필리핀 등 아시아 각국들이 올해 줄줄이 대선과 총선을 치러야 하기 때문. 특히 친 서방 노선을 취하고 있는 인도네시아의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대통령 등 대선을 앞둔 동남아국가 정권들은 집권 연장에 실패할 경우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이 힘을 얻으며 경제 개혁ㆍ개방 정책이 후퇴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올해 아시아 신흥시장 10개국 가운데 중국과 싱가포르를 제외한 한국 홍콩 인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타이완 타이 등 8개국에서 총선과 대선이 치러진다. 이들 아시아국의 정치 일정이 주목 받고 있는 것은 불안한 정치 향배에 따라 경제가 발목이 잡힐 수 있기 때문.
전문가들은 개혁 노선을 추구하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오는 10월 역사상 첫 대통령 직선제를 실시하는 등 동남아국가들이 정치ㆍ경제 개혁파와 종교 원리주의 보수파간의 첨예한 대립을 보이고 있어 올 한 해는 격변의 시기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필리핀도 오는 5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필리핀의 국민 배우인 페르난도 포가 가장 강력한 대통령 후보로 떠오르고 있는 등 포퓰리즘이 정치판을 좌우하고 있어 외국인 투자가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글로리아 아로요 필리핀 대통령이 이끄는 현 정권은 눈덩이처럼 커진 재정 적자를 해결해야 할 상황인데 정치 시즌을 맞아 적지 않은 예산이 소요되는 선심성 공약을 내걸어야 하는 유혹에 직면해 있다.
첸수이벤 타이완 총통이 올 3월 대선에 맞춰 중국의 침공 위협에도 불구하고 강행하고 있는 타이완 분리독립 국민투표는 중국과 타이완 양국의 긴장을 넘어 세계적인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첸수이벤의 분리 투표 강행은 타이완내 여당 야당 가릴 것 없이 모든 정치세력을 대 중국 대항 세력으로 결집시키며 중국과의 관계를 악화시키고 있으며 이에 따라 외국인 자본이 대거 타이완을 빠져나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국도 노무현 대통령이 기존 당적을 포기, 올해 4월 총선을 앞두고 개혁 신당에 정치적 승부수를 던짐으로써 그 어느 때보다 총선 결과가 향후 정치 및 경제개혁 일정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병관기자 comeo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