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百年大計 교육에서 찾는다] 2부. 선진교육 현장을 가다 <6> 日 '강소 대학' 가나자와 공대
학업 의욕있는 학생 선발…교수 절반이 기업출신
프로젝트 실습등으로 기업이 원하는 인물 길러내
작은 지방대학 불구 대학 순위 6년연속 1위 고수
| 가나자와공업대학 학생들이 '꿈 공장'에서 자신들이 만든 제품을 손보고 있다. /임세원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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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에서 신칸센(고속철도)을 타고 1시간반을 달린 뒤 다시 특급열차를 다고 2시간반을 달려 도착한 일본 중북부의 가나자와시. 가나자와공업대학까지 가려면 다시 버스를 타고 30분가량 더 들어가야 했다. 일본에 사는 통역사마저 "신칸센이 닿지 않는 오지가 있냐"며 놀랄 정도의 소도시에 있는 대학이 일본에서 유명세를 탄 것은 98%가 넘는 취업률을 6년 연속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 오는데 먼 곳에서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가나자와공업대학 3학년 사사키군(22)은 만나자마자 능글맞다 싶을 정도로 인사치레를 하며 명함을 내밀었다. 마치 대기업 회사원이 거래처 손님을 맞는 듯한 태도다. 명함에는 가나자와공업대학 꿈공장 공학부 3학년이라고 적혀 있다. 명함이 말하듯 그는 아직 졸업까지 1년을 앞둔 22세의 공대생이다. 이날 그는 팀원들과 함께 구조로봇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학교의 '꿈 공장(夢考房)' 1층 작업실에서 4시간째 씨름하고 있었다. 로봇학회에서 주목을 받아 대만 지진 사태에도 구조활동을 선보인 로봇이다. 그는 연구하는 동시에 영업하는 공대생이었다. "자신을 프레젠테이션하는 공학도로 만들려는 교육목표 덕분입니다." 지켜보고 있던 홍보담당자 이치로씨가 자랑스레 설명했다.
가나자와공업대학 학생들은 기초력과 인간력을 갖추라고 배운다. 학문에 대한 기초실력(기초력)을 탄탄히 함은 물론 공학도가 소홀하기 쉬운 인문학적 교양과 의사 소통 능력(인간력)까지 갖추는 것. 지방의 작은 대학이면서도 6년째 일본에서 주목 받는 대학 1위, 평균 취업률 98%를 달성한 이유다.
이 대학이 가장 자랑하는 '꿈 공장'은 말 그대로 학생들의 꿈을 실제로 만드는 곳이다.
학생들이 만든 제품의 수준은 높다. 자동차 엔진은 연비가 리터당 최고 2,300㎞로 일본 내 제품 간 평가에서 1위를 기록했다. 로봇프로젝트팀은 올해 9월 이집트 카이로에서 개최된 'ABU 아시아태평양 로봇 콘테스트'에서 기술상(BEST ENGINEERING AWARD)을 받았다.
꿈 공장의 원칙은 학생끼리 모둠(팀)을 이뤄 진행한다는 점이다. 이른바 '프로젝트형 학습'이다. 학생이 주제를 정하며 전공 과목을 깊이 있게 탐구하는 한편 다른 사람과 협동할 수 있는 인재로 크기 위해서다. 공장은 수억원을 호가하는 실험 기자재는 물론 사소한 부품 하나까지 구비하고 있고 답을 가르쳐주지 않고 과정을 조언하는 교수진이 곁에 있다.
가나자와공업대학이 처음부터 주목을 받은 것은 아니다. 지난 1965년 4월 일본 산업계의 기술자 양성을 위해 개교한 후 25년 동안은 평범한 지방대학이었다. 그러나 1990년 개교 25주년을 맞은 연회장에서 이사장과 총장은 세계적인 연구중심대학으로 키우기로 결의했다. 그러나 미 스탠퍼드대학을 탐방하면서 교수들이 노벨상을 받더라도 학생을 가르치는 데 소홀하면 해고당하는 것을 보고 교육중심대학으로 목표를 바꿨다. 상위 1% 엘리트보다는 기본기가 탄탄해 기업을 잘 돌아가게 하는 인재양성 쪽으로 방침을 정한 것이다.
'스스로 생각해서 행동하는 기술자'를 키우기로 한 대학은 학생을 뽑을 때도 공부하려는 의욕을 중시한다. 전체 학생의 40%는 공업고등학교 출신 중 자기소개서와 면담만으로 뽑는다. 그 외 일반 학생들도 고등학교에서 중하위권 성적이다. 등록금은 1년에 2,000만원이 넘는데 일본의 여타 국립대와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다른 사립대에 비해서도 15%가량 비싸다. 그럼에도 중하위 학생들을 잘 가르쳐 좋은 인재로 육성한다는 신뢰 덕분에 가나자와공업대학은 아사히신문사가 발표하는 '대학 랭킹' 중 교육 분야에서 5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종합 순위는 6년 연속 1위다.
가나자와공업대학 교수진의 절반은 기업인 출신이다. 특히 기업이 필요한 인재가 구체적으로 어떤 덕목을 갖춰야 하는지 알 수 있어 유용하다고 한다.
기업에서 온 교수진은 쏟아지는 응용 기술을 받아들일 수 있는 탄탄한 기초에 조직에 융화할 수 있는 이해력과 의사소통을 원했다. 1학년생부터 발표 과제를 내고 실험 수업은 한 번만 결석해도 학점을 주지 않는 이유다. 2학년부터는 본격적으로 '꿈 공장'에서 자신만의 제품을 만들고 4학년부터는 연구소에서 실습에 나선다. 기본기에 더한 교양은 기업이 이 대학 인재를 데려가고 싶어하는 비결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