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 2분 만에 152조원 증발

AP통신 트위터 계정 해킹 당해
"백악관 폭발… 오바마 부상" 루머
3년 전 플래시 크래시 재연
SNS 통한 알고리즘 취약성 부각


해킹 당한 언론사의 한 줄짜리 거짓 트윗이 뉴욕주식시장에서 제2의 '플래시 크래시(flash crashㆍ갑작스런 붕괴)'를 일으켰다.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단어가 뉴스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나오면 프로그램에 따라 순식간에 주식을 거래하는 알고리즘의 취약성을 다시 한번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23일(현지시간) 오후1시07분50초. AP통신의 트위터 계정에 '백악관에서 두 차례 폭발이 일어났으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다쳤다'는 메시지가 떴다. 1시08분 당시 1,578이었던 스탠더드앤드푸어스(A&P)500지수는 불과 2분 후인 1시10분 1,563.03으로 14.97포인트나 곤두박질쳤다. 같은 시간 다우지수는 1만4,700에서 1만4,554로 146포인트 급락했다. 순식간에 뉴욕증시에서 시가총액 1,360억달러(152조여원)가 증발한 셈이다.

반면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VIX)도 같은 시간 13.6에서 14.87로 9% 급등했다. 주가가 갑자기 붕괴하는 플래시 크래시는 2010년 5월6일 다우지수가 장 마감 15분을 남기고 순식간에 998.5포인트나 폭락하면서 나온 증권 조어다.

1시10분 AP통신은 자사의 트위터 계정이 해킹 당해 거짓 메시지가 유포됐다고 밝혔다. 이 소식에 주가는 다시 반등하기 시작, 1시13분에는 거의 모든 손실을 만회했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도 백악관에서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으며 오바마 대통령 또한 무사하다고 확인했다.

'시리아 전자군(Syrian Electronic Army·SEA)'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해커집단은 스스로를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지지하는 단체라고 밝히고 이번 해킹을 자신들이 했다고 발표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이 단체는 앞서 미국 공영라디오방송(NPR)과 CBS뉴스, 영국 BBC방송의 트위터 계정도 해킹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친아사드 정권의 해커집단이 반군을 지지하는 서방 언론사들을 공격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날 뉴욕금융시장의 한바탕 소란은 컴퓨터 프로그램 매매의 위험성을 다시 부각시키고 있다. 특히 불과 3주 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기업들의 소셜미디어 공시를 허용해 앞으로 SNS의 정보가 시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개연성이 높은 시점에 나온 사건이라는 점에서 심각성이 더욱 큰 것으로 지적된다.

CNBC에 따르면 오닐증권의 케니 폴케리는 "이번 일은 알고리즘이 뉴스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를 자동매매로 연결시키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것"이라며 "사람들이 대처할 수 있는 틈조차 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SEC는 이번 사건과 관련, 시장을 혼란을 빠뜨리기 위해 고의적으로 일으켰는지 여부를 조사할 계획이다. 미 연방수사국(FBI) 역시 사건의 전모를 파악하기 위해 조사에 착수했다.

보스턴 마라톤대회 폭탄테러의 충격이 여전한 가운데 투자자들이 이 문제에 매우 예민해 거짓 트윗의 파급효과가 더욱 커졌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과거에도 오보나 다른 잘못된 정보가 시장을 교란한 적은 있었지만 이번처럼 트윗 한 줄이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한 사례는 없었다고 미 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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