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업계가 수주경쟁을 위해 신발끈을 조여 매고 있다. 이는 최근 선박 및 플랜트 발주가 서서히 늘어나면서 본격적인 발주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특히 지난해 글로벌 경기침체를 틈타 '조선 맹주'의 위상을 위협했던 중국 조선업계와의 차별화를 통해 실추됐던 명예회복을 벼르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현대중공업ㆍ삼성중공업ㆍ대우조선해양ㆍSTX조선해양 등 주요 조선업체들은 저마다의 수주전략을 재정비하고 각자의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전략수립에 한창이다. 조선업계가 수주전략 정비에 나선 것은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수주회복세가 올 하반기부터 본격화 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 올 1ㆍ4분기 현대중공업ㆍ삼성중공업ㆍ대우조선해양ㆍSTX조선해양 등 이른바 '빅4'의 수주금액은 총 54억900만달러(일반상선 39척, 해양플랜트 2기)로 지난해 같은 기간 9억6,200만달러보다 무려 462%나 증가했다. 막판 수주가 쏟아진 지난해 4ㆍ4분기(73억1,700만 달러)보다는 적지만 확연한 회복세만은 분명하다. 이에 따라 조선시황이 바닥을 치고 상승세로 전환했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각 조선업체들은 발주세가 본격적인 상승세로 돌아설 때를 대비해 각 사의 수주 및 영업전략을 미리 세우고 있다. 부동의 세계 1위 현대중공업은 고부가 해양설비와 방산용 선박 분야의 영업에 집중하되 벌크선이나 컨테이너선 등 일반상선 수주는 선가가 좀더 회복될 때까지 기다려본다는 전략이다. 현대중공업의 한 관계자는 "선수금에 대한 갈증이 있을 수는 있으나 기존에 비싼 값에 발주했던 선주에 대한 의리차원에서도 저가의 신규 상선 수주는 피하겠다는 입장"이라며 "해운 경기가 살아나고 있는 만큼 기다려보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은 수주했다고 자랑할 상황도, 남의 수주를 저가라고 흉볼 상황도 아니다"라면서 "기다려보자는 현대중공업의 입장도 결코 자랑거리는 아니며 각자의 사정에 맞는 수주전략을 펼치는 게 정답"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중공업은 해양설비 등 고부가 제품 수주에 집중하면서 중형 상선도 적정한 이윤이 보장된다면 적극 수주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대형 해운사들도 선대 편성을 위해 중형 선박을 발주한다"며 "중국 및 국내 신생조선소와 가격경쟁을 펼칠 수는 없지만 가격보다 품질을 우선하는 선주의 발주에 대해서는 적극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기존 고객 선주들과의 관계, 독의 생산효율성 등을 감안할 때도 중형 상선을 적절히 수주하는 편이 낫다는 판단이다. 대우조선해양은 해외의 국책사업 발주물량을 집중 공략하고 특수선과 해양설비를 위주로 영업력을 집중하기로 했다. 아울러 선가가 크게 떨어진 일반 상선 수주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방침이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현재의 일반상선 수주가격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대우조선해양은 우리만의 원가산출 기준이 있다"며 "잣대에 맞을 경우 기존 선주와의 관계를 고려해 상선 수주활동을 펼치겠다"고 전했다. STX조선해양은 현대ㆍ삼성ㆍ대우 등 '글로벌 빅3'와는 달리 최대한 공격적인 수주에 나설 계획이다. 저가수주 논란 등을 의식하지 않고 적게 남더라도 전략적인 측면에서는 적극 수주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다. STX조선해양은 또 올해 '빅3'의 영역으로만 여겨지던 부유식원유생산저장설비(FPSO) 등 본격적인 해양플랜트를 수주하고 중국 다롄조선소 및 STX유럽을 잇는 글로벌 생산네트워크의 장점을 십분 살려 상선, 해양플랜트ㆍ크루즈선ㆍ특수선 등 전선종에 걸쳐 공격적으로 기회를 포착해나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