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엘리베이터, M&A설 휩싸인 가운데 현대 일가가 방어 나서

범 현대계열사들이 현대엘리베이터(17800)의 경영권 방어에 나선 것은 외국인이 주식을 `매집`하면서 주가가 급등하자, 만에 하나 있을 수도 있는 M&A(인수ㆍ합병)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증권가에서는 외국인이 지난 8일부터 4일째 현대엘리베이터를 사들이자, 적대적 M&A에 노출됐다는 분석이 잇따라 제기됐다. 이 영향으로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 6일부터 13일까지 6일째 상승했고, 1만2,500원에 머물던 주가는 13일 2만5,000원까지 100% 상승했다. 이 영향으로 현대엘리베이터는 14일자로 감리종목에 지정됐다. ◇외국인 지분 매수 이어져=외국인이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매입에 나서기 시작한 것은 고 정몽헌 회장의 장례식이 있던 지난 8일. 이날 외국인은 9만8,398주를 매입한 데 이어 11일에는 2만5,970주, 12일에는 45만8,700주, 13일에는 4만5,990주를 사들였다. 이에 따라 지분이 전혀 없었던 외국인은 나흘만에 지분율을 11.21%로 늘렸다. 증권가에서는 외국인 지분율이 단기간에 급증하자 ▲적대적 M&A ▲회사측에 고가매입을 요구하는 그린메일(Green Mail) ▲가치 대비 저평가된 주식을 사들여 급등을 노리는 이른바 `제2의 SKㆍ전기초자`가능성 등이 잇따라 제기됐다. ◇자사주 의결권 부활로 M&A 가능성 차단=현대엘리베이터 측은 최대주주 김문희씨의 지분을 포함해 특수관계인 지분이 37.43%에 달한다며 M&A 가능성을 일축했다. 하지만 9.42%(52만8,262주)의 자사주가 의결권이 제한되기 때문에 문제의 소지를 사전적으로 차단한다는 차원에서 현대가(家)가 나서 자사주를 사들여 실질적인 의결권을 확보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그룹이 MH계열 현대그룹에 대한 지원에 난색을 표하자, 현대일가 친인척이 대주주로 있는 상장사를 동원해 M&A 방어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이번 조치로 현대엘리베이터의 의결권이 가능한 우호지분이 28.01%에서 35.68%로 늘어나게 됐다. 한승준 현대엘리베이터 상무는 “외국인의 대량 지분매입에 대한 일차적인 대응”이라며 “경영권 방어를 위해 다각적인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M&A 가능성 높지 않아=증권가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적대적 M&A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엘리베이터 측이 최대주주인 김문희씨 지분 매각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는데다, 아직까지 외국인 지분율이 11%대에 불과해 경영권을 위협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기 때문이다. 또 이번 매수세력 외국인이 특정인이 아니고 다수의 투자자라는 점도 이 같은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오히려 현대엘리베이터가 가치에 비채 절대 저평가돼 외국인이 과거 한국전기초자처럼 내재가치 수준까지 상승할 것을 예상하고 매집에 나섰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조영훈기자, 김정곤기자 dubbcho@sed.co.kr>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