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의 핵심은 인사시스템이다. 특히 연말부터는 이른바 「신인사시스템」이 본격 도입되면서 인사고과에 대한 은행원들의 관심도 어느 때보다 뜨겁다. 이번 인사고과는 내년께 다시 한번 불어닥칠 것으로 예상되는 2차 구조조정과 이에 따른 인원정리 회오리를 피할 수 있는 가늠대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고과기준 자체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 상황. 이 때문에 일부 은행에선 시스템 도입을 놓고 사측과 노조간의 심각한 대립이 불거지고 있다.◇사라지는 연공서열, 시험대에 오른 MBO시스템=연말결산 때부터 도입될 인사시스템의 핵심은 과거의 연공서열이 통용되지 않는다는 것. 대신 실적과 은행원 개개인의 행위능력에 판단을 둔 이른바 목표관리제(MBO)가 새로운 잣대로 등장하고 있다. 주관적 판단과 경력에 의존했던 과거의 잣대 대신 개인의 지식과 행동양식, 나아가 「은행의 수익에 얼마나 기여했느냐」가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제1의 척도로 등장한 셈.
지난 7월부터 MBO시스템을 도입, 운용중인 한미은행의 경우 영업점은 개인별 목표달성률, 본부조직은 팀별로 달성시기 및 효과 등을 감안해 연봉을 책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3·4급은 업무수행 태도·의욕이 30점, 업무수행능력 30점, 업무수행실적 40점 등으로 배점이 이뤄진다.
신한은행은 연말 프리테스트를 거쳐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연봉제를 실시할 예정. MBO시스템에 따라 재무적 요소를 고과에 대폭 포함시킬 방침이다. 예를들어 비자카드나 PC뱅킹 고객을 신규로 가입시킨 실적 등을 일일히 계산, 개인의 업적평가 때 활용하게 된다.
MBO를 운영하는 은행들은 특히 개인이 연초에 설정한 연수 등 자기계발 계획을 얼마나 달성했느냐의 여부도 「성적판단」의 기준으로 삼게 된다.
올초부터 이른바 「집단성과급제」를 도입한 주택은행은 경력과 근무성적, 연수실적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은행권에선 사실상 처음으로 내년초 신인사문화를 실험하게 된다.
지난 9월부터 3급 이상의 직원을 대상으로 연봉제를 도입한 외환은행은 2001년부터 전직원에게 이 시스템을 확대 적용할 계획. 이를 위해 인사전문 컨설팅 기관인 「타워스페린」으로부터 평가제도와 관련한 컨설팅을 받고 있다. 다른 은행들이 개인별 또는 집단별 평가 중 하나를 택하고 있는 것과 달리 외환은행은 두가지를 병합시켰다. 경영평가를 내려 직급에 따라 10~50%를 차등 적용할 방침이다.
◇각종 부작용 노출=신한은행은 연봉제 도입과 관련, 지난 10월말 한차례 내홍을 겪었다. 노조가 은행경영진의 연봉제 및 인사고과 시스템 추진방향에 대해 반발, 임원실 점거에 나섰던 것. 아직도 3급 이하의 직원에 대한 연봉제와 관련해 노조와 경영진과의 밀고당기는 협상이 지속되고 있다.
연말부터 신인사시스템을 도입할 방침이었던 한빛은행도 시행시기를 다소 늦춰야할 형편. MBO시스템을 도입하려 해도 직원들이 설정해놓은 목표가 없는데다 인사고과에 대한 사전논의도 부족해 일단 올해는 넘기기로 했다. 국민은행도 한빛은행처럼 내년 이후에야 신인사시스템 도입이 가능할 전망이다.
김영기기자YG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