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세체계 불공평하다작년 근로자 실질소득 97년보다 줄어
개선됐다고 믿었던 소득계층간 조세형평성이 오히려 나빠졌다는 사실은 조세체제의 전면 재검토가 시급하다는 점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정부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중산ㆍ서민층의 생활을 안정시키기 위해 근로소득세 면세점을 높이고 각종 세금공제 혜택을 주는 등 근로자들을 지원하고 있지만 그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특히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이후 소득상위계층과 하위계층간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져 서민들의 상대적인 박탈감이 그만큼 커지고 있어 고소득 자영업자 등에 대한 세원(稅源)감시가 더욱 강화돼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 같은 빈부간 격차와 함께 세금부담의 형평성을 도모하지 못할 경우 계층간 대립과 반목이 더욱 심화돼 사회통합에도 장애요인이 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 봉급생활자들의 유리 지갑
정부는 최근 3년 동안 세제개편을 통해 근로소득세를 총 4조1,000억원이나 경감했다. 이에 따른 근로자 1인당 세금부담 경감액은 지난 99년 25만원, 2000년 22만원, 2001년 25만원에 달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목표액을 훨씬 초과해 세금을 거둬들였다. 2000년의 경우 목표액 4조1,791억원보다 더 거둬들인 금액이 무려 2조3,397억원에 이를 정도였다.
재정경제부가 국회에 제출한 감사자료에서도 매년 예산편성시 목표액보다 더 거둬들인 근로소득세 수납률이 2000년 56%, 지난해에는 36%를 웃돌았다. 이 때문에 봉급생활자들의 세금부담은 98년 이후 무려 60%나 급증한 것으로 분석됐다.
▶ 힘들어지는 서민가계
설상가상으로 서민층이 부담하는 각종 연금ㆍ사회보험 부담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외환위기 극복의 주역인 중산ㆍ서민층의 삶의 질이 중대한 위기에 몰리고 있는 것이다.
재경부 자료를 보면 물가를 감안한 도시근로자들의 2001년 실질소득은 97년보다 0.5%가 되레 줄어들었다. 반면 조세ㆍ공적연금ㆍ사회보험 지출액도 같은 기간 동안 57.7%나 늘어났다.
준조세성 부담금을 줄이겠다던 정부의 약속도 크게 빗나갔다. 2001년 각종 부담금 지출규모는 101개 항목에 6조2,905억원으로 97년의 92개 항목 4조9,464억원보다 27.1%나 늘었다.
▶ 고소득층의 지갑은 철갑
이에 반해 고소득층이 부담하는 세금은 매우 낮게 파악되고 있다.
고소득 전문직이나 자영사업자들이 내는 종합소득세 징수율은 목표 대비 100%에 미치지 못하거나 가까스로 근접한 데 불과하다.
재경부의 국정감사 제출자료에 따르면 자영소득자들이 낸 세금은 지난해 3조9,251억원으로 98년의 3조61억원에 비해 30.6% 증가하는 데 그쳤다. 근로자들이 최근 3년 동안 100원의 세금을 더 냈다면 고소득 자영업자들은 50원밖에 안낸 셈이다.
특히 정부가 고액재산가들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기 위해 상속세 및 증여세의 명목세율을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부담한 세금은 오히려 낮아져 빈부격차가 심화됐다.
재경부는 상속세 실효세율은 2000년 34.2%에서 2001년 31.3%로, 같은 기간 동안 증여세의 실효세율은 31.3%에서 28.8%로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상속세와 증여세의 명목세율인 법정세율이 2000년 1월부터 고액재산가들의 과세부담이 커지는 방향으로 변경된 것과는 전혀 다른 결과다.
▶ 조세형평성 살려야
빈부격차가 좁혀지기는커녕 오히려 확대되고 있는 것은 현행 조세체계가 형평성에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음을 뜻한다. 강운태 민주당 의원은 "소득세에 완전포괄주의를 도입하고 자영사업자들에 대한 소득파악을 보다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임태희 한나라당 의원은 "현행 소득세제가 최근 급격하게 변한 임금구조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과세구간을 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종석 민주당 의원도 "상속 증여세법을 완전포괄주의로 바꿔 부의 변칙 이전을 차단해야 할 것"이라고 대안을 제시했다.
박동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