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칼럼] 재발 확률 높은 치루 치료… 전문 병원서 첫 수술해야

양형규 서울양병원 의료원장


최근 60대의 한 노인이 치루수술을 상담받기 위해 병원을 찾았다. 벌써 두 번이나 치루수술을 받았지만 차도가 없어 병원을 찾아왔다고 했다. 진료를 위해 항문주위를 살펴보니 움푹 패인 자국과 수술 후 남은 흉터 자국이 선명했다. 이전의 치루수술 후유증으로 괄약근이 손상돼 크게 웃거나 기침을 하면 속옷에 변도 묻어나온다고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 환자는 치루가 이렇게 힘든 병인 줄 몰랐다며 처음부터 제대로 치료할 걸 그랬다고 후회를 했다.

초기에 치루를 제대로 치료하지 못해 이 병원 저 병원을 전전하며 수십년간 치루수술을 반복하는 불행한 치루 환자들이 종종 병원을 찾는다. 3대 항문질환 중 하나인 치루는 항문 피부로 고름이 터져 나오는 질환으로 환자의 약 80% 정도는 남성이다. 초기에는 감기몸살처럼 온몸이 아프고 열이 나는 증상으로 시작하며 병이 진행되면 고름이 터져 나오고 의자에 앉아 있기 힘들 정도로 통증이 심해진다. 약물치료로는 낫지 않고 드물기는 하지만 치루를 10년 이상 방치할 경우 암으로 발전할 수도 있어 반드시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다.

하지만 치루는 의외로 치료하기가 어려운 난치성 질환이다. 고름이 터진 길(치루관)이 항문을 조여주는 역할을 하는 괄약근을 통과하기 때문에 치료 시 괄약근이 손상되기 쉽다. 또한 치루관이 항문 근육 사이로 개미굴처럼 퍼진 복잡치루의 경우는 치루관을 모두 찾아내 치료하기가 어려워 수술 후에도 재발 확률이 높다. 그동안 치루수술 기법의 한계로 복잡 치루 환자는 수술과 재발을 반복하다 괄약근이 손상돼 대변이 새는 변실금으로 고생하는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항문외과 의사들은 재발률을 낮추고 괄약근 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수술방법을 고안해냈다. 최근 항문외과학회에서 가장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 분야가 바로 치루수술 이다. 최근 가장 각광받는 치루 수술 방법은 '괄약근 간 누관 결찰술(LIFT)' 수술법이다. 외괄약근과 내괄약근 사이로 들어가 누관(고름길)을 절단해 분리하고 폐쇄한 뒤 치루관을 깨끗이 제거하는 방식이다. 수술성공률은 85~90% 정도이다. 다만 이 방법은 기술이 복잡해 국내에서는 시행하고 있는 병원이 아직 많지 않다.

내시경을 이용해 의료진이 직접 눈으로 확인하면서 고름길 안쪽의 염증조직을 제거하는 치루관 내시경도 등장했다. 치루관 내시경은 내시경을 치루수술에 응용한 수술방법으로 위나 대장내시경을 하듯 치루관에 내시경을 넣어 치루관 내부의 염증이나 기타 불필요한 조직을 모두 치료하는 방식이다.

치루수술은 '첫 수술'을 잘해야 가급적 재발을 막고 항문기능을 제대로 보존할 수 있다. 따라서 치루 환자라면 반드시 항문질환을 전문적으로 하는 병원 및 경험이 풍부한 의료진과 상의 후 수술을 결정하는 것이 다른 합병증을 줄이고 완치할 수 있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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