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6월 28일] 한미 FTA 재협상 아닌 논의 수준이어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과 관련해 구체적인 추진일정을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명박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오는 11월까지 한미 FTA를 둘러싼 양국 간 이견을 해소하고 몇 달 안에 의회에 비준동의안을 제출하겠다고 다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발언이 주목되는 것은 한미 FTA에 대한 추진일정과 의사를 구체적으로 밝힌 것은 취임 이후 처음이기 때문이다. 한 가지 문제는 11월까지 한국의 자동차 및 소고기 시장 개방과 관련한 양국 간 이견을 해소한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를 위해 론 커크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에게 우리 측 협상대표인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과 논의를 시작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11월 초 서울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전까지 마무리짓겠다는 의도인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간 협정이 체결된 지 3년이 다돼가는 한미 FTA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이 관심을 갖고 의회의 비준동의안 제출 의사를 직접 밝힌 것은 일단 고무적이다. 정부 간에 체결된 협정을 다시 논의한다는 것이 국제적 관행에 어긋나는 것이기는 하지만 이대로 가면 어렵사리 체결된 양국 간 FTA는 언제 발효될지 기약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새로운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정부도 미국 측의 요구가 오는 대로 논의에 나설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관심사는 양국 간 이견해소를 위한 논의가 어느 수준까지 이뤄지느냐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취임 이후 줄곧 한국의 자동차 및 소고기 시장 개방 정도에 대해 불만을 표명하며 재논의를 요구해왔다. 양국 간 교역 불균형과 의회 분위기 등을 감안할 때 오바마 행정부의 요구가 전혀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히 할 것은 어디까지나 논의수준이어야지 협정의 '텍스트'를 변경하는 재협상이 돼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정부 간에 체결된 협정을 시행하기도 전에 재협상을 하는 것은 양국의 신뢰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우리 정부도 한미 FTA의 발효를 위해 수용 가능한 범위 내에서 미국 측이 요구하는 논의를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요구사항에 대해 양국 간 교역관계는 물론 국내산업과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강구해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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