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세상] 아이돌의 노래가 K팝의 전부는 아니다

■ K-POP 세계를 홀리다 (김학선 지음, 을유문화사 펴냄)


대중들에게 K-Pop은 은연중 아이돌의 노래로 동일시 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아이돌이 K-Pop의 전부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아이돌에게 열광하는 우리 '젊은 세대'들에게 K­-Pop의 근원과 역사를 설명하면서 K-­Pop의 성장과 함께해 온 '기성세대'들에게는 아련한 추억을 일깨워 준다. 책은 지금 아이돌이 대표하고 있는 K-­Pop이 갑자기 뚝 떨어진 게 아니라 가수와 작곡가, 편곡자, 음악 감독 및 기획자들을 통해 여기까지 발전해 온 과정을 설명한다.

앞부분에서는 K-­Pop과 아이돌에 관한 이야기, 1980년대 김완선이 시초가 된 연습생 문화나 남진·나훈아, 조용필부터 시작된 팬문화, 서태지와 아이들로 인해 변화된 가요계 지형 그리고 H.O.T.가 등장하며 본격적으로 시작된 아이돌과 대형 기획사의 발전 및 문제점 등을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 순차적으로 담았다.

대중에게 인기를 얻은 가수가 아닌 우리 가요계의 흐름에 영향을 미친 인물을 조명하고, 당시 대중음악계의 흐름을 알려 주기 위해 가수 뒤에 연관된 내용을 다룬 글상자를 넣는 방식이다. 이를테면 조용필의 아성에 도전한 2인자들을 다루고, 송골매 뒤에 붐이 일어난 캠퍼스 밴드를 소개하고, 유재하 이후 유재하 음악경연대회를 통해 배출된 인물과 영향력을 이야기하는 식이다.

또 독자들을 위해 블로그(http://19702010.tistory.com)를 개설, 이 책에 소개한 가수들의 노래를 올리고, 들을 수 있는 곡들은 본문에 헤드폰 모양의 표시를 해놓았다.

책은 아울러 한국 대중음악사 속에 빛나는 사람들을 재조명한다.

예를 들어 싱어­송 라이터로서, 진정한 포크 음악의 시작이라고 평가 받는 한대수는 파격적인 노래로 대중에게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것을 상기시킨다. 그렇게 그와 대중 사이에는 '멀고 먼­길'이 놓여 있었는데, 그 '멀고 먼­길'에는 그의 불운한 가족사가 자리하고 있었다. 아버지 한창석이 백일도 채 되지 않은 아들 한대수를 한국에 남겨두고 미국의 코넬대학으로 유학을 떠난 뒤 실종되었고, 한대수의 어머니는 기다림에 지쳐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난 얘기를 들려준다.

또 산울림은 한국 록의 계보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존재들이었다고 평가한다.

그들의 음악은 외부와 어떤 접촉이나 영향도 주고받지 않은 채 집 안에서 3형제가 함께 놀며 만들어졌다고 설명한다. 그들은 여느 음악인들처럼 학창 시절에 음악에 빠져 있었다거나 진지하게 탐구했다거나 한 적도 없었다. 막내 김창익의 대학 입학을 기념해 부모님이 선물한 드럼 세트가 그들 음악의 시작이 되었다. 맏이 김창완이 기타, 둘째 김창훈이 베이스, 막내 김창익이 드럼을 맡았다. 그들은 자신만의 영감과 상상력을 더 해 연주하고 노래를 만들었다. 김창훈이 후배를 위해 만들어 준 '나 어떡해'가 대학가요제에서 대상을 받으면서 자신감을 얻은 이들 형제는 기념 앨범을 만들기로 했고, 처음 찾아간 서라벌 레코드사에서 이들의 음악에 호의를 보여 앨범이 만들어졌다는 흥미진진한 뒷 얘기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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