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협상 타결 이후 처음으로 북핵 문제를 논의할 외교전이 펼쳐진다. 5~6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등 아세안(ASEAN) 관련 외교장관회의가 잇따라 열린다.
이번 회의를 계기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을 비롯해 리수용 북한 외무상,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등 6자 회담 당사국 외교수장이 모두 모이게 된다. 이들은 ARF 등 공식 다자회의 및 다양한 양자 접촉을 통해 치열한 외교전을 펼칠 전망이다.
윤 장관은 5일 러시아 외무장관, 중국 외교부장과 각각 양자 회담을 가질 예정이며 미국ㆍ일본과는 양자 또는 삼자 회담을 추진 중이다. 윤 장관과 리수용 북한 외무상의 만남 가능성에 대해 외교부의 한 당국자는 “다자회의의 묘미는 현장에서 마주치는 것”이라며 “열려 있는 입장”이라고 언급했다.
이번 외교전의 핵심 의제는 북핵 문제다. 우리 정부는 북한을 제외한 나머지 6자 회담 당사국들과 비핵화 대화의 필요성에 공감대를 마련하면서 이에 대한 북한의 의향을 타진하기 위한 대화를 추진해왔다. 그러나 북한은 이를 거부하고 오는 10월 노동당창건기념행사를 전후한 장거리 미사일 발사, 핵실험 등의 군사적 도발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이에 따라 한미일은 이번 외교장관회의를 계기로 이란 핵협상 타결 성과를 공유하면서 북핵 문제 해결 필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중국ㆍ러시아에 대해서도 이를 위한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할 것으로 관측된다.
리수용 북한 외무상의 일정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중국 외교부장, 러시아 외무장관과의 만남이 예상된다. 북한은 중국, 러시아 뿐만 아니라 아세안 국가들을 대상으로 핵보유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외교전을 펼칠 전망이다. 이에 따라 ARF 외교장관 회의 결과인 의장성명에 북핵 문제와 관련한 어떠한 내용이 담길 지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