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중반까진 금리 20%대 ‘고공행진’/IMF구제금융시대

◎자금시장 흐름과 전망/부실기관 정리 예금인출­연쇄도산 악순환/기업대출 기피… 자금 금융권주변 맴돌듯/환율은 IMF긴급자금 유입되면 다소 안정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시대의 시중실세금리는 연20%대의 고금리수준을 지속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때문인지 IMF구제금융협상이 사실상 마무리된 1일 시중금리가 폭등하고 환율이 지난주말에 이어 사상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금융시장의 혼란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재정, 통화긴축으로 시중금리가 연20%수준의 고공행진을 계속할 전망인데다 부실금융기관의 정리가 시작되면 예금인출사태와 기업체 연쇄부도를 피할 수 없다는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IMF구제금융이 초긴축을 요구하면서 국내 금융시장의 안정에는 상당기간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1일 회사채유통수익률은 지난달 26일 연18.55%이후 4일(영업일기준)만에 17.5%로 올라섰다. 지난 3일간 회사채를 사들이며 실세금리를 인위적으로 끌어내렸던 은행 신탁과 투신사들이 한은으로부터 지원받은 자금을 소진한 결과다. 무작정 돈을 풀어서 금리를 안정시키는 것이 얼마나 무의미한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단기금리인 콜금리는 지난달 27일 연15.76%를 정점으로 29일 연12.10%까지 떨어졌지만 1일 12.40%대로 상승했다. 특히 종금사에 대한 콜금리가 연13.5%에 달한데 비해 증권사에는 연13.0%, 외국계은행에는 연8%의 금리가 적용되는 3원화 현상이 나타난 점이 눈에 띈다. 한국은행의 집중적인 자금지원덕분에 자금잉여를 보이고 있는 은행들은 유독 종금사들에 대해 높은 금리뿐 아니라 담보까지 요구하는 상황이다. 한마디로 『아무리 돈이 남아돌아도 종금사에 줄 돈은 없다』는 얘기다. 금융시장의 불안감은 금융기관 구조조정으로 더욱 증폭되고 있다. 3∼4개 은행과 10여개 종금사가 IMF 주장대로 파산절차를 밟을 경우 금융시스템이 단기간에 복원되기는 어려운 형편. 예금자들의 예금인출사태가 불가피, 그 파장은 깊고 클 수밖에 없다. 거래 기업들의 기존여신이 동결되지만 동시에 그 과정에서 여타 금융기관의 신규여신도 함께 동결될 가능성이 높다. 돈이 돌지않는 현상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실제 금융기관 정리가 시작될 경우 그 정도가 심해져 아무리 건실한 기업이라도 살아남기 어렵게 될 상황이다. 향후 6개월가량 시중금리는 연20%이상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1일 회사채유통수익률이 연18%대로 올라선 것은 매수세력의 자금여력 소진뿐 아니라 향후 금리상승을 예상하는 금융시장의 분위기도 반영하고 있다. 금융계는 지난 95년 IMF구제금융을 지원받았던 멕시코의 실세금리가 자금지원직후 연60%대로 치솟은 전례를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금융권은 위험도가 높은 기업대출을 계속 기피하며 상대적으로 고금리가 보장되는 금융시장에 안주할 가능성이 높다. 돈이 실물경제로 흘러들지 않고 금융권을 맴도는 현상이 지금보다 더 심해진다는 의미다. 한편 미달러화에 대한 원화환율도 지난주말 달러당 1천1백63원80전으로 사상최고치를 경신한데 이어 1일 달러당 1천1백70원선으로 상승했다. IMF자금이 실제로 들어오기까지는 금융권의 외화자금난이 개선될 여지가 전혀 없는데다 환율예측을 포기한 수출기업들이 심리적 불안으로 보유달러를 내놓지 않고 있어 수급불균형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주중 IMF자금이 들어올 경우 외환시장은 스스로 적정환율을 찾아나갈 가능성이 있다는 게 유일한 위안이 되고 있다.<손동영 기자> ◎IMF 지원자금 도입절차/재경원 장관­한은총재 이행조건계약서 서명/IMF이사회 최종결정/국내은 뉴욕지점 입금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이 사실상 확정됨에 따라 얼마나 많은 자금이 어떤 과정을 거쳐 들어오게 되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선 외화부도위기에 처한 한국 금융기관을 위해 응급치료용으로 이번주중 수혈될 자금은 최소 1백억달러에서 최대 2백억달러정도. 뒤이어 미국·일본 등 주요 선진국과 아시아개발은행(ADB), 국제개발은행(IBRD) 등 국제기구로부터 4백억달러이상의 자금이 추가 지원돼 총 6백억달러가량이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당초 우리나라 IMF쿼터의 5배인 55억달러정도가 우선 지원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IMF가 예외를 인정했다. 지원시기가 당초 예상보다 앞당겨지고 지원규모가 이처럼 커진데는 한국은행 외환보유액 고갈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한은 외환보유액은 지난 10월말 3백5억1천만달러였으나 11월들어 ▲환율방어를 위한 달러방출 ▲금융기관 외화부채 상환 지원 ▲선물환 매매 등으로 2백억달러이하에 머물고 있으며 당장 사용가능한 외환은 1백억달러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IMF로부터 긴급자금을 받기 위해 한국정부는 곧 자금지원을 신청하는 의향서(Letter of Intent)와 이행조건계약서(Stand by Agreement)를 보내야 한다. 이행조건계약서에는 앞으로의 성장률, 물가, 재정 등 수정된 거시경제지표들과 금융산업 구조조정계획이 명기되며 림창렬부총리겸 재정경제원장관과 이경식한국은행 총재가 우리정부를 대표해 연대서명해야 한다. 이들 서류를 근거로 IMF는 이사회를 개최, 자금지원여부를 최종결정하게 되며 우리 정부는 결정 즉시 필요자금을 인출할 수 있게된다. 이 자금은 국내 시중은행 뉴욕지점을 거쳐 한국은행으로 유입, 외환보유액으로 편입된 뒤 외환위기를 겪고 있는 금융기관이나 기업들에 제공된다. 정부와 한은이 대외거래용 계좌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IMF는 한국 시중은행 뉴욕지점에 계좌이체방식으로 특별인출권(SDR)이나 미달러화를 입금시키며 뉴욕지점은 이를 서울 본점계좌를 통해 한은에 입금시키게 된다. IMF는 지원자금 전액을 한꺼번에 주는 일이 없다. 지원대상국이 이행조건을 얼마나 충족시키고 있는지 수시로 점검, 분할지급하고 있다. 당연히 우리나라의 자구노력 이행이 미흡할 경우 인출은 즉시 중단된다. ADB나 IBRD를 통한 자금지원도 마찬가지 절차를 거치게 된다. 또 미국이나 일본 등 자금지원국의 경우 IMF프로그램의 틀 안에서 중앙은행간 직접접촉을 통해 자금을 지원하게 될 전망이다.<손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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