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급해진 외환당국 규제 칼 뽑나

박재완 "필요하면 조치"
강한 개입의사 나타내
선물환포지션 강화
이르면 다음주 나올 듯

‘결국 칼을 뽑나.’

계속되던 원ㆍ달러 환율 하락에 지켜만 보던 외환 당국이 결국 움직일 채비를 하기 시작했다. 원ㆍ달러가 하락하는 동안 경쟁 상대인 엔화의 절하 속도는 오히려 빨라지자 다급함이 커진 듯하다.

외환당국이 은행권 선물환포지션 공동검사를 조만간 끝낼 예정인 가운데 관계 장관의 발언도 강경도로 전환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르면 다음주나 12월 초 중 선물환 포지션한도 규제 강화 조치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시되고 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21일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환율하락과 관련해 “필요하다면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경고성 발언을 꺼냈다. 시장에서는 ‘거시건전성 3종세트’ 가운데 선물환포지션 제도 등을 강화하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박 장관은 “최근의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에 주목할 필요가 있으며 정부는 국내외 금융ㆍ외환시장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상황전개에 따라 필요하다면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장관의 발언은 수위가 높았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필요하다면’이라는 조건을 붙이기는 했지만 ‘조치’를 언급했기 때문이다.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더 커지면 칼을 빼 들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특히 이번 발언은 정부 위기관리대책회의의 모두발언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작심하고 한 말로 보인다. 박 장관은 최근의 환율하락세가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빨라진 만큼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발언이 나오자 21일 환율은 1.0원 오른 1,083원20전에 마감했다.

박 장관이 강하게 개입의사를 표시하면서 환율 하락세가 계속되면 정부가 거시건전성 3종세트를 강화하는 방안을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으로서는 선물환 포지션 제도를 강화하는 방안이 우선 거론된다. 선물환 포지션 한도는 현재 외국은행 국내지점이 200%, 국내은행이 40%다. 50% 안에서는 재정부가 규정만 고치면 바로 시행할 수 있기 때문에 가장 먼저 들고 나올 수 있다. 일각에서는 외은지점과 국내은행을 각각 150%, 30%로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은행의 비(非)예금성 외화부채에 만기별로 부담금을 다르게 부과하는 외환건전성 부담금 강화책도 대안으로 언급된다. 또 부과대상을 증권사나 보험사 같은 2금융권으로 확대하는 방법도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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