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사장단회의등 개최 “대폭 수용” 급선회기아그룹은 30일 하오 3시 채권은행단 회의에서 자구계획 수용이 거부되자 이날 저녁 곧바로 『채권은행단이 요구하는 조건을 대부분 수용하는 방향으로 자구책을 마련, 이르면 31일중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아그룹은 이날 채권은행단회의가 2시간만에 중단되고 다음달 1일로 돌연연기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비상사장단회의와 경영혁신기획단회의를 잇따라 개최, 곧바로 채권단의 요구를 수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기아는 이날 하오 3시 채권은행단회의에 앞서 채권은행단이 1천8백81억원의 긴급자금을 지원키로 했다는 통보를 접하고 협상이 쾌조의 스타트를 보인다는 반응을 보였다. 기아측이 요청한 5천2백13억원에 대해 1천6백억원이상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채권은행단이 바꿔 긴급지원자금규모를 오히려 늘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회의시작 2시간만에 주거래은행인 제일은행이 돌연 채권단 회의를 다음달 1일로 연기한다고 발표하자 채권은행단의 정확한 의중을 파악하느라 촉각을 곤두세우고 전 채널을 통해 정보수집에 들어갔다.
채권은행단이 1차 회의를 돌연 연기한 것은 기아그룹이 최종적으로 제출한 자구계획이 구체성이 결여돼 있고 명확한 경영권 포기각서가 제출되지 않은 점을 집중적으로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회의에 참석한 김선홍 회장을 비롯한 5명의 기아그룹 임직원 가운데 한 관계자는 『채권은행단이 김회장을 향해 자구계획의 구체성이 결여돼 있다는 점과 노조문제를 집중 추궁했다』고 밝혔다. 이와함께 기아가 제출한 경영진 관련 각서는 경영권 포기각서가 아니라 「부동산 포기각서」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기아는 채권은행단이 요구한 경영권 포기각서를 제출하지 않고 부도유예기간중 경영을 정상화시키지 못할 경우 경영권을 포기하는게 아니라 전계열사의 부동산을 채권은행단의 처분에 일임한다는 부동산포기각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아 관계자는 『김선홍회장을 중심으로 전임직원이 뭉치고 있는 상황에서 경영권포기각서를 제출하라는 것은 사실상 무리한 요구』라고 설명했다.
채권은행단은 이와 함께 기아가 매각불가방침을 선언한 아시아자동차 처리문제에도 이견을 보였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기아는 또 채권은행단에 제출한 자구계획에서 28개 계열사 가운데 23개사를 매각하거나 통폐합, 계열분리를 통해 기아자동차와 기아정기, 기아전자, 기아정보시스템, 기아자동차판매 등 5개사로 축소키로 했다. 기아자동차를 제외한 노조의 단체협약개정 선언과 3년 무분규선언을 첨부했으며 이사대우급 이상 임원 3백40여명의 35%를 줄이는 등 올해말까지 일반직 사원을 포함, 총 8천8백35명을 줄이기로 했다. 이와 함께 여의도본사와 농구단 등 제조활동과 관련이 없는 부동산과 자산매각으로 3조1천억원의 자금을 조달한다는 내용을 담은 최종자구계획을 채권은행단에 전달했었다.
그러나 채권은행단은 이같은 계획이 현실성이 없다며 돌연 다음달 1일로 연기하자 기아는 즉각 비상사장단회의를 열고 자구계획 수정작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기아는 채권은행단이 요구하고 있는 경영권포기각서와 아시아자동차 매각은 절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어서 기아가 채권은행단과 견해차를 어떻게 줄여나갈 것인지 주목되고 있다.<정승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