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노총 사안별 공조후<BR>제갈길 갈듯

양대노총 사안별 공조후제갈길 갈듯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공조는 언제까지 가능할까. 지난 8일 한국노총이 노사정위 논의중단을 선언한 후 27일만에 '공공특위'에 전격 참여함으로써 앞으로 양대노총의 공조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물론 한국노총은 "공공특위 참여문제는 한국노총이 결정한 것이 아니라 철노노조 차원에서 추진했기 때문에 양대 노총의 관계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민주노총과 재야 노동계가 바라보는 시각은 그렇지 않다. 김기영 철도노조위원장이 한국노총 부위원장직을 맡고 있는데다 공공부문의 민영화와 구조조정 문제는 결국 노사정위에서 풀어야 할 사안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양대노총 사이가 더 이상 '깊은 관계'로 발전하기에는 이미 태생적 한계가 드러났다는 것이다. 민주노총 역시 한국노총의 공공특위 참여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전면복귀가 아니기 때문에 특별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내심 일종의 '배신'에 대한 불쾌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민주노총은 공공특위 참여사실이 알려지자 긴급회의를 열고 "전면복귀가 아니라도 공동투쟁에 어려움을 주지 않을까 우려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민주노총이 한국노총이 결정한 사안을 놓고 불과 몇 시간 만에 반박성 성명을 발표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성명서는 "한국노총이 노사정위에 전면 복귀할 경우 양대노총의 공동투쟁이 중대한 난관에 부딪힐 것"이라는 경고성 메시지까지 담았다. 손낙구 민주노총 교육선전실장은 "노사정위는 노동계의 요구를 수용하기 보다 재계의 입장을 들어주는 들러리에 불과하다"면서 한국노총이 노사정위에 전면 복귀한다면 공조관계는 지속될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한국노총 집행부도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민주노총과의 공조는 실보다 득이 될 것이라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전면적인 공조보다 사안별 협력체계를 유지하자는 분위기가 대세로 굳어지고 있다. 이는 철도노조 뿐만 아니라 한국통신ㆍ담배인삼공사 등 공공부문 구조조정 문제는 노사정위를 배제하고는 실익을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철도노조 집행부가 지난 6일부터 서울역 앞에서 계획했던 천막농성을 노총회관으로 바꾼 것은 공공부문 구조조정 만큼은 한국노총이 노사정위 공공특위에 참여해 적극적으로 해결하라는 강한 압력이 담겨 있다. 결국 앞으로 양대노총의 공조여부는 한국노총 내에서 일고 있는 사안별 공조 분위기를 민주노총이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달려 있다. 민주노총도 한국노총에서 거론하고 있는 사안별 공조를 내심 싫지는 않은 분위기다. 민주노총 관계자의 "한국노총이 민주노총과 연대투쟁을 강화하면서 노사정위 교섭에 나선다면 별다른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말은 사안별 공조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 관계자는 또 "노동현안을 단독으로 합의할 경우에는 두 노총의 공조는 사실상 물 건너 가는 것"이라고 못박아 사전협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노동계는 공동투쟁위원회까지 구성하며 동투(冬鬪)의 불길을 지폈던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결별의 수순에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사안별 공조'라는 말 자체가 제 갈 길을 간다는 의미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한편 노사정위 공공특위는 1차 회의에서 철도노조의 인력감축안에 합의를 이끌어내 앞으로 역량에 한층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노사정위 오병훈 박사는 "공공부문 민영화나 구조조정문제는 노사정위에서 논의할 수 밖에 없다"면서 "공공특위 합의사항의 본회의 추인을 계기로 노ㆍ사-정간의 갈등이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박상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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