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현재 매달 850억 달러인 양적완화 규모를 내년 1월부터 750억 달러로 축소하기로 18일(현지시간) 결정한 것을 두고 미국의 시장전문가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연준이 돈줄을 죄면서도 금융시장에 불안을 주지 않는 ‘일거양득’ 효과를 봤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다른 나라에 미치는 부작용 등 연준이 경계할 부분도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앨런 러스킨 도이체방크 외환전략가는 이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연준이 양적완화를 축소했지만 단기금리를 장기간 올리지 않겠다는 ‘선제 안내’를 충분히 했다는 점에서 ‘비둘기파’적인 결정을 했다”고 평가했다.
폴 애쉬워스 캐피탈이코노믹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예상보다 축소 규모가 점진적”이라며 “연준이 이날 단기금리가 2016년까지 1.75%에 그칠 것으로 전망한 덕에 증시가 테이퍼링(자산매입축소)에 (악)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했다.
양적완화를 줄이는 것은 시장에 돈을 덜 푼다는 얘기다. 이는 상대적으로 ‘매파’적인 결정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단기금리를 계속해 낮은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비둘기파’적인 예고가 이를 상쇄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292.71포인트(1.84%) 뛴 16,167.97로 마감했다. 이는 사상 최고치다. 그간 테이퍼링 우려가 제기될 때마다 지수가 빠지던 것과 비교하면 확연히 다른 양상이다.
릭 리더 블랙록 펀드매니저는 “연준이 이날 테이퍼링을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은 노동시장이 개선되고 있다는 충분한 증거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임금 상승압력이 낮은 점을 들며 테이퍼링이 경제 전반엔 좋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했다.
크리스 로우 FTN파이낸셜 이코노미스트는 “내년 열리는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도 물가·고용 등 지표가 연준 기준에 충족하면 테이퍼링이 계속해 확대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투자전문 칼럼니스트 존 오서스는 “현재로선 연준이 양적완화 축소의 첫번째 관문을 스스로 바라던 대로 잘 통과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그는 테이퍼링이 신흥국 외자유출을 불러와 외환위기를 일으킬 수 있는 점,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다시 떨어지면 이 결정을 되돌려야 할 수 있다는 점, 주식시장의 거품이 꺼질 수 있다는 점은 연준이 유의해야 한다고 전했다.
/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