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통상] APEC계기 통상마찰 재연 조짐

자동차협상 타결로 화해국면을 맞았던 한.미 통상관계가 다시 마찰 조짐을 보이고 있다.미 정부는 17-18일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에서 앨 고어 부통령, 샬린 바셰프스키 무역대표부 대표 등을 통해 다각적으로 한.미 양국간 통상현안을 제기했다. 20일 클린턴 대통령을 수행해 방한하는 데일리 상무장관도 한미통상장관 회담을 통해 `통상 압박'을 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미 업계와 의회의 압력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취해오던 미 정부의 자세에 변화가 오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미국의 對韓 무역수지가 지난 3년간 흑자기조를 유지해오다 지난해 12월 이후 적자추세로 전환된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무역협회는 19일 `클린턴 대통령 방한을 계기로 본 한미통상관계 전망'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클린턴 대통령이 업계와 의회의 수입규제 압력을 무시할 수 없는입장에 처해있다고 분석했다. 이 보고서는 특히 철강의 경우 미 행정부의 운신의 폭이 제한돼 향후 한미간 최대 이슈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다음은 한.미간 주요 분야별 통상 현안이다. ▲철강 = 미 철강업계는 6백만달러라는 막대한 재원을 투입, 대대적인 철강수입억제 캠페인을 전개중이다. 이들은 한국산 스테인리스와이어, 스테인리스냉연강판코일 등 현재 반덤핑 조사가 진행중인 품목외에 냉연강판 등에 대해서도 추가제소를계획하고 있다. 긴급수입제한의 발동요건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의회에서 제기됐다. 미국은 또 한보철강의 매각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 의회는 99년 종합세출법안승인시 행정부에 한보철강에 대한 한국정부의 보조금 지급 여부를 조사해 내년 1월5일까지 보고토록 했다. 만약 보조금으로 인한 미 철강업계의 피해가 입증될 경우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 5대그룹 빅딜(대규모 사업맞교환) = 미국 경쟁법에 저촉될 가능성이 상존해 업계와 행정부가 진전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역외적용 가능성이 높지 않다. 그러나 한국정부가 세금 및 금융상의 혜택을 부여, 빅딜을 성사시키는 바람에 미국 소비자의 이익이 침해됐다고 판단될 경우 통상마찰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의약품.화장품 = 미 의약품 업계는 자국 업체에 대한 내국민 대우를 강력히요구하고 있다. 미 의약제조업자협회는 한국을 불공정무역국으로 지정해줄 것을 행정부에 강력히 건의하고 있어 내년에 철강과 더불어 또다른 이슈로 등장할 전망이다. 미 화장품업계는 한국의 화장품광고 사전검열, 복잡한 수입절차 등이 수입화장품의 반입과 유통을 제한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으며 미무역대표부도 현안으로 거론하고 있다. ▲농산물 = WTO에서 한.미간 농산물 검역이나 위생검역 제소 등이 원만히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은 WTO 농산물라운드의 출범을 대비해 통상압력을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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