稅부담 소비자 전가 등 부작용 따져봐야

[■ G20 은행세 본격논의…도입때 파장은] 단기 외화자금 유출입 제어
금융위기 대비 장점 불구… 수출업체 금융비용 증가 우려
개도국 눈높이 접근도 필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은행세(Bank levy) 논의가 본격화하자 도입시 우리나라에 미칠 긍정적ㆍ부정적 영향에 대한 각계의 의견도 활발하게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은행세 도입은 긍정적인 영향이 있지만 조선 등 우리의 주력 수출업체들에 부담이 되고 새로운 세금 부과가 소비자와 산업에 그대로 전이돼 금리와 수수료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손익계산을 철저하게 따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2일 기획재정부와 금융권ㆍ조선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이 제안한 은행들의 비예금성부채에 일정 수준(15bpㆍ0.15%포인트)의 금융안정분담금(FSC)을 부과하는 은행세 방안은 자칫 소비자, 특히 수출업체에 금융비용 증대라는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조선업체의 한 관계자는 "외국은행 지점의 단기외화차입에 세금이 부과될 경우 외은 지점은 세금을 업체들에 그대로 전가시킬 것"이라며 "수주금액의 80~100%를 선물환매도로 헤지하는 조선업체의 선물환 매도 수수료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물론 G20을 중심으로 합의점을 찾고 있는 은행세는 또 다른 위기를 대비한다는 측면과 개발도상국의 무분별한 외화 유ㆍ출입을 제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특히 지난 2008년 10월 금융위기 당시 빠져나간 500억달러 중 200억달러 이상이 외은 지점의 단기차입금이었다는 점에서 비예금성부채에 대한 세금 부과는 외화 유ㆍ출입의 문턱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외화 유ㆍ출입 문턱 역할은 긍정적=현재 논의되고 있는 은행세의 가장 큰 장점은 금융위기가 터질 때마다 시장에 충격을 줬던 단기외화자금 유ㆍ출입을 어느 정도 제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은행의 비예금성부채에 세금을 매길 경우 은행들은 세금을 줄이기 위해 과도한 외화차입을 자제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다 금융위기마다 반복되는 '이익은 은행이, 손실은 사회에'식의 공적자금 투입 관행도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세금이 비예금성부채에 일률적으로 매겨질 경우 과도한 세금 부과로 국내 금융산업 발전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금융산업이 초기단계인 상태에서 과도한 세금이 부과될 경우 발전의 발목이 잡힐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미국ㆍ영국 같은 나라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금융시스템 위기를 초래하면서 많은 공적자금을 투입했으나 우리는 상황이 다르다"면서 "거액의 기금을 조성하는 게 과연 우리 현실에서 실익이 있는지도 따져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은행세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단기외채를 포함한 은행의 비예금성부채에 세금을 부과할 경우 결국 부담은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은행세 도입으로 외은 지점의 단기외채 규모가 일부 줄어들 수는 있지만 본지점 간 거래를 통해 충분한 수익을 확보할 수 있을 경우에는 규모 자체도 크게 줄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한 외국계은행 대표는 "외은 지점의 본지점 간 외화차입의 대부분이 국내 조선사의 선물환 매입에 사용된다"며 "선물환으로 10bp 정도의 수익을 올리는 상황에서 15bp의 세금은 당연히 조선사에 떠넘겨질 뿐만 아니라 선물환 매입 규모도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조선사들은 장기수주금액에 대한 환헤지를 위해 많게는 수주금액의 100%를 선물환으로 매도하고 외은 지점은 본지점 차입과 매수ㆍ매도(Buy&Sell) 스와프 등을 통한 자금조달로 선물환을 매입한다. 실제 선박 수주가 975억달러에 달했던 2007년 관련 외은 지점의 단기차입은 전년보다 453억달러 늘었다. ◇은행세 전략적 접근 필요=정부는 은행세에 대한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는 않고 있다. 국제적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입장을 먼저 밝혀 득이 될 게 없기 때문이다. G20 의장국인데다 우방인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딜레마도 있다. 금융 당국의 한 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손익계산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섣불리 한국판 은행세 도입을 추진하기보다 국제적 논의에 발맞춘 방안을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국내 학계에서는 G20의 틀 안에서 은행세 도입이 논의되는 만큼 의장국인 우리나라는 선진국과 입장이 다른 개도국이 고민하는 은행세에 대한 문제의식도 가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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