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용평가사 피치가 핀란드 국가신용등급을 최고 수준으로 유지한 데 대해 핀란드 내부에서조차 "이상하다"며 피치의 평가능력에 의문을 제기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용등급으로 국채 금리를 좌지우지하는 신평사들의 '뒷북' 평가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신임 재무장관은 통신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전 정부는 약속했던 개혁을 이행하는 데 실패했다"며 "신용등급은 올리기보다 떨어뜨리는 것이 항상 쉽다"고 말했다. 스투브 장관은 최근 3년 연속 경제성장률이 하락한 핀란드를 '아픈 사람'에 비유하며 노동시간 연장 등의 개혁을 주장하고 있다. 스투브 장관은 "올해도 경제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스칸디나비아 지역 최대 은행인 노르데아방크 애널리스트 장 폰 레게리치도 "핀란드 경제가 얼마나 위축됐는지를 피치가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피치가 조만간 신용등급을 내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피치는 지난 18일 핀란드 신용등급을 최고 수준인 AAA로 유지하면서도 신용전망은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부정적' 전망은 다음 신용평가 때 등급을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피치와 함께 3대 신평사로 꼽히는 무디스도 핀란드에 AAA 등급과 '부정적' 전망을 부여했으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해 10월 AA+로 한 단계 강등했다.
다만 핀란드 경제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통신은 단스케방크의 한 애널리스트가 "핀란드 경제가 그렇게 나쁘지 않으며 정부의 개혁의지도 높다"며 핀란드 채권 매입을 권유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