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난방公 상장 주민반대 암초

난방비 상승 우려에 분당등 88만가구 반발
"여론 수렴조차 않고 안이하게 추진" 지적속
법적 근거도 모호…결론 무기 연기 가능성



공기업 상장이 ‘300만 시민의 반대’라는 암초에 부딪혔다. 또 공기업 상장을 결정할 법적 근거조차 모호해 최종 결론이 무기 연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을 앞둔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정부의 부실한 정책추진이 역풍을 맞을 위기에 처했다. 15일 재정경제부ㆍ기획예산처ㆍ산업자원부 등에 따르면 공기업 상장의 유력 검토기업인 한국지역난방공사의 지역난방 공급가구 88만세대가 지역난방공사의 상장을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난방은 대단위 아파트단지를 중심으로 공급돼 주민들이 입주자대표회의 등을 통해 조직화돼 있어 정치적 파급력이 큰 편이다. 한전KPSㆍ기은캐피탈 등 정부가 상장 검토 중인 공기업 중 지역난방공사는 자산 1조7,000억원으로 가장 커 주민 반대로 상장에 차질이 빚어지면 정부의 공기업 상장계획은 크게 어긋날 수밖에 없다. 분당과 고양시 입주자대표회의는 지난주 말 성명서를 내고 “지역난방공사의 상장추진을 즉각 중단하라”고 강조한 뒤 소송 등 법적대응을 예고했다. 아울러 강남ㆍ서초ㆍ송파ㆍ여의도ㆍ상암 등 서울시는 물론 경기 파주ㆍ수원ㆍ화성과 대구광역시, 경남 김해 주민들도 조직적인 반대활동에 나서고 있다고 지역난방공사의 전국 13개 지사들이 본사에 보고했다. 주민 반대여론이 커지면서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에 대한 정치적 압력도 커지고 있으며 정부 역시 이 같은 여론 추이를 예의주시하며 비상이 걸린 상태다. 산자부의 한 관계자는 “지난 2000년 지역난방공사의 민영화를 추진하다 주민반발에 무산된 바 있다”면서 “증시 상장은 민영화와 다르다고 설명 중이지만 난방비 상승을 우려하는 지역난방 공급세대의 반대가 수그러지기는커녕 더욱 확산되고 있어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지역난방공사의 한 고위관계자는 “지역난방 공급세대가 크게 늘어 상장에 앞서 여론수렴이 먼저인데 재경부가 정치적 고려 없이 너무 안이하게 일을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기업 상장의 정치적 리스크가 부각되는 상황에서 이를 최종 결정할 법적 근거조차 모호해 주무부처인 재경부와 예산처는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재경부는 18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공기업 상장 계획이 심의ㆍ의결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예산처는 공공기관운영법이 공기업 상장을 결정할 법적근거인지 불확실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공공기관운영법 제14조는 예산처 장관이 주무기관의 장과 협의해 운영위원회 심의ㆍ의결을 거쳐 공공기관의 통폐합, 기능 재조정 및 민영화 등에 관한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공공기관의 상장에 대한 명확한 규정은 없다. 재경부는 공공기관운영법에 따라 예산처가 “공기업 상장을 추진할 권한이 있다”는 답변을 했다고 밝혔으나 예산처는 법 규정이 애매한 상황에서 지역난방 공급세대의 반발 등 공기업 상장의 정치적 부담을 모두 떠안게 될 우려에 “법률 검토작업이 끝나지 않았으며 결정 권한이 있다고 재경부에 통보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의 핵심 관계자는 “주식상장은 원론적으로 주주가 하는 것인데 정부가 주주면서도 이를 결정할 명확한 법적기구나 근거는 없는 상태”라며 “18일 공공기관운영위가 공기업 상장을 논의하겠지만 결론을 내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