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다퉈 진출한 유화업계 "中시장 공략 꼬이네"

잇단 규제 강화로 범용제품 생산 머물러 中업체와 경쟁 격화로 수익성마저 악화



국내 석유화학 업계의 중국시장 공략이 갈수록 꼬이고 있다. 중국 중앙정부의 잇단 규제장벽에 부딪혀 대규모 설비 가동은 엄두도 내지 못한 채 범용제품 생산에만 머물러 있는데다 그나마 경쟁이 치열해져 수익성마저 급속히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고유가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공급 과잉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화업계가 성장 잠재력이 높은 중국 시장 공략에 앞 다퉈 나서고 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유화업계가 생산능력을 확충, 대중 유화제품 수출전선까지 위협하고 나서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현재 중국 현지에 석유화학 생산시설을 확보하고 있는 국내 기업은 LG화학 등 7개사. 이들 기업은 현재 중국에서 에틸렌이나 부타디엔, BTX(벤젠ㆍ톨루엔ㆍ자일렌)과 같은 고부가가치 기초유분 대신 범용제품인 폴리염화비닐(PVC)ㆍABSㆍ특수복합PP 등만을 생산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규모 설비가 필요한 기초유분 설비에 대해 중국 정부가 산업보호를 이유로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며 “결국 국내 업체들은 지방정부 차원에서 사업허가가 나오는 소규모 범용제품 생산에 만족하고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에서 생산되는 범용제품도 현재로서는 규모가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SK㈜ㆍSH케미칼ㆍ금호석유화학 등이 생산하는 특수복합PPㆍABS 등의 규모를 따져도 연간 2만~5만톤에 머물러 있다. 지난 95년부터 중국 설비 투자에 나서 대규모 설비를 가동 중인 LG화학은 최근 들어 중국 내 PVC 생산이 늘면서 수익성 확보에 애로를 겪고 있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PVC나 ABS 모두 범용제품이어서 경쟁이 심하다”며 “그동안 이익을 내왔지만 채산성이 전과 같지 않다”고 호소했다. 중국에 ‘제2의 SK’ 건설을 주창하고 있는 SK㈜는 중국 수교 이후 14년 동안 정제시설과 NCC설비 등을 중국에 구축하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아직까지 중국 정부의 허가를 받지 못한 상태다. SK㈜의 한 관계자는 “최근 중국 1위의 정유ㆍ화학회사인 시노펙이 전향적으로 합작공장 설립을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면서도 “매우 초보적인 단계로 당장 결론이 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업계에서는 중국 정부가 오는 2010년 이후에나 기초유분 등 업스트림 부문에 대한 사업허가를 내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현재 중국에서도 유화설비 신증설 붐이 일고 있어 4~5년 후 중국 진출은 더 힘들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편 중국의 석유화학제품 자급률은 에틸렌 기준으로 지난해 41.3%에서 2010년 62.3%까지 높아지고 수출여력도 늘어나 중국시장 내 경쟁은 갈수록 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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