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ㆍ자본시장 안정책인 한국형 토빈세 도입에 대해 현오석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제동을 걸었다.
현 부총리는 23일 경기도 분당 서현동의 한 협동조합 매장을 찾은 이후 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이 같이 밝혔다.
그는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추가적인 장치가 필요한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 “한국형 토빈세를 이야기 하는 것 같다”며 “제도를 만들 때에는 그 제도를 만들게 되는 동기가 되는 현상만 봐선 안 되며 그 반대현상도 있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 부총리는 이어 “(외국인) 자본 유입에 대비해 그런 제도를 만들었는데 (반면) 자본이 많이 들어와야 할 때도 있어 그런 것을 감안해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못 박았다.
그는 “최근 유럽연합(EU)에서도 엄밀하게 말하면 토빈세가 아닌 금융거래세를 많이 논의하는 데 나라에 따라 (도입 여부를 놓고) 여러 논란이 있다”며 “우리도 그런 것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본규약이라는 큰 틀도 한꺼번에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 부총리가 이야기한 자본규약이란 OECD회원국들은 자본이 자유롭게 거래될 수 있도록 한다는 합의를 뜻한다. 만약 정부가 EU 등 선진국과 보조를 맞추지 않고 홀로 일종의 토빈세를 도입해 외국인 자본의 국내 유출입을 제한하게 되면 이 규약에 어긋나므로 외교적ㆍ경제적 역풍을 감내해야 한다.
현 부총리는 한국형 토빈세 등에 대해 “기존 제도 틀에서 흡수될 수 있는 지 먼저 보고 그러고 나서 하는 게 맞다”며 토빈세 등의 도입은 후순위로 미룰 것임을 시사했다. 기존 제도 틀이란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 거시건전성 부담금 부과, 선물한 한도포지션 규제 등 이른바 ‘3종 세트 규제’를 의미한다. 따라서 외환시장 불안이 지속될 경우 먼저 3종 세트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 등을 검토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현 부총리는 부동산시장 회복을 위해 총부채상환비율(DTI)와 담보대출비율(LTV)를 완화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도 “부동산만 보고 결정할 수 없다”며 신중론을 밝혔다. 즉, “LTV, DTI는 부동산시장에 영향 주지만 큰 정책의 맥은 역시 (금융)건전성에 중점을 둔 것이기 때문에 그것을 감안해서 건드려야 한다”는 것이다.
현 부총리는 특히 “(LTV 등의 완화를 통해 부동산담보로) 돈을 많이 빌려가면서 가계가 소득의 반 정도를 빚을 내면 (소비나 금융건전성에) 좋은 것인지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가계의 부채부담 증가가 가처분소득 감소로 이어져 오히려 경기부양에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우려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현 부총리는 당초 정부가 3.0%로 제시했던 올해의 경기전망치에 대해 “경제가 생각보다 다운사이즈 리스크(하방위험)가 더 큰 것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차원에서 (경기 대응을 위한) 폴리시팩키지(종합대책ㆍpolicy-package)가 필요하다”고 말해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을 예고했다.
현 부총리는 특히 엔저에 따른 우리나라의 수출경쟁력 저하 문제를 우려하면서 “앞으로 있을 기획재정부의 경제정책운용방향에 그런 것 포함해서 수출경쟁력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 지 방안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