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브 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뉴욕증시가 불안하게 움직이는 가운데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한 주식 중개인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주문을 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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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들이 싼 금리로 자금을 긁어모아 기업을 인수ㆍ합병(M&A)하던 시절이 끝나가고 있다. 서브프라임(비우량주택담보대출) 모기지 부실이 확산되면서 리스크가 높은데 돈을 빌려주는 것을 회피하려는 경향이 글로벌 차원에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향은 미국은 물론 프랑스, 호주, 일본등으로 급속하게 번져나가고 있다.
미국 최대 채권거래회사인 핌코(PIMCO)의 빌 그로스(사진) 최고투자책임자(CIO)는 24일 투자전망 보고서에서 “값싼 금리로 자금을 빌려 투자하는 시대가 저물고 있다”며 “(그 동안 저금리에 돈을 빌려 온 사모 펀드들)은 심각한 시련을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브 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확산되면서 조달 금리가 상승해 사모 펀드들의 차입매수(LBO)가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계 투자은행 JP 모건은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확산되면서 사모펀드의 주요 자금 조달원인 CDO(담보부 유가증권) 발행 규모가 지난 6월 420억 달러에서 이달엔 91억 달러로 급감해 CDO 시장이 사실상 폐쇄됐다고 진단했다.
최근 미국은 물론 세계 증권시장의 호황을 이끌었던 사모펀드의 M&A에 돈줄이 마르고 있는 것이다. 투자자들이 사모펀드에의 투자를 회피하면서 신용등급이 낮은 CDO는 지난 2월 기준금리보다 5%를 얹어주면 발행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15%를 더 줘도 발행이 어렵다는 것이다.
신용시장 부실에 대한 우려는 채권 조달 금리의 상승을 유발해 차입으로 기업을 인수하는 자금(LBO)의 조달을 어렵게 한다.
LBO의 퇴조는 글로벌 증시호황의 주요 원인이었던 M&A 감소로 이어지고, 결국은 증시 하락이라는 연쇄 반응으로 나타는 어두운 시나리오를 형성한다. 그 동안 사모 펀드들이 누렸던 저금리의 풍부한 유동성 시대가 종지부를 찍게 된다.
사모 펀드 칼라일과 오넥스가 제너럴모터스(GM)의 트랜스미션 생산 사업부인 앨리슨 트랜스미션을 인수하기 위해 추진하던 35억 달러 규모의 LBO 관련 대출이 연기됐다. 서브 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신용시장이 경색되면서 채권 금리가 뛰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현상은 하이일드 본드나 정크 본드 등 ‘고수익 고위험’ 채권에서 나타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날 신용평가기관 무디스의 보고서를 인용, 서브 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신용시장 전반에 확산되고 있다는 우려로 최근 5주 동안 발행이 취소되거나 재검토된 채권 발행이 최소 35건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채권 투자자들이 서브 프라임 모기지 부실의 여파 때문에 채권 매입을 주저하고 있다는 것이다. 무디스는 “서브 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신용시장이 요동치고 있는 것은 심각하게 우려할 만하다”며 “리스크 재평가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올 여름 중 예정된 서버러스캐피탈의 크라이슬러 인수를 위한 LBO관련 대출도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로스는 “크라이슬러 인수에는 40억~60억 달러의 LBO 관련 자금이 포함돼 있는데 현재 차입금리의 산정이 어려운 상태”라며 “당초 9% 선에서 차입금리가 결정될 것으로 예측됐으나 12% 가까이 오를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그로스는 “까다로워진 차입 조건이 신용시장 뿐 아니라 주식시장, 더 나아가 경제 전반에도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며 “갑작스러운 유동성 위기는 모든 시장과 연결돼 있고 궁극적으로는 미 경제의 운명을 좌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마켓워치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금리 상승으로 주가가 5~10% 정도 빠질 것이라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며 “최근 신용시장의 변화는 FRB가 기준금리를 1.5%포인트 인상한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