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일 과천청사에서 열린 하반기 경제운용방향 설명회에서 왼쪽부터 이영희 노동부장관,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장관, 윤증현 기획재정부장관, 이윤호 지식경제부장관, 정종환 국토해양부장관, 이창용 금융위원회 부위원장등이 환한 웃음을 짓고 있다. /고영권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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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계부처장관 일문일답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25일 하반기 경제운용방향 합동브리핑에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3ㆍ4분기가 끝난 후에 어떤 성적이 나오느냐를 보고 경기에 대한 새로운 판단과 대응방향을 말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하반기에 재정효과가 떨어져 성장률이 하락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하반기에 떨어지는 재정 여력은 (상반기 편성한) 추경으로 보완할 수 있고 분기별로 균등하게 추경을 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관계부처 장관들과의 일문일답.
-2ㆍ4분기 지표가 상당히 좋은데 3ㆍ4분기 지표는 어떻게 예상하는가.
▦(윤증현 장관) 2ㆍ4분기 성장세가 1ㆍ4분기보다 좀 더 큰 폭으로 나왔는데 문제는 3ㆍ4분기에도 이런 상태가 지속될 것인가에 대해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하반기에는 유가나 원자재 가격이 오르는 반면 재정 지원비중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 3ㆍ4분기 이후 그때 가서 새로운 판단이 필요한지 말하겠다.
-비정규직법 시행을 3년간 유예하자는 한나라당 안에 대한 입장은.
▦(이영희 노동부 장관) 정부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상임위에서 논의조차 되지 못한 상황이 지속된 것에 대해 대단히 유감스럽다. 국회가 하나의 해결책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주기를 부탁한다.
-재정건전성을 위해 증세를 하자는 주장들도 나오는데 감세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것인지.
▦(윤 장관) 감세기조는 유지하되 비과세ㆍ감면제도 정비 등을 통해 필요한 부분은 증세할 것이다. (담배ㆍ술 같은) 외부 불경제 항목에 대한 증세도 검토 대상이 될 것이다. 감세가 부자를 위한 정책이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감세는 기업의 투자의욕을 고취시켜 일자리 창출과도 연결된다.
-자본확충펀드 중단, 중소기업 지원방향 선회 같은 내용이 보도되고 있는데 정책적 변화가 있나.
▦(이창용 금융위 부위원장) 자본확충펀드ㆍ채권안정펀드를 만들어놓고 왜 안 쓰느냐, 실패한 정책이 아니냐고 하는데 홍콩의 경우도 (펀드를) 만들었지만 한푼도 안 쓰고 감독을 통해 금융안정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준비를 통해 대외신인도를 높이면서 안전망도 갖추고 다음에 위기가 왔을 때 쓸 수 있도록 비축한 것이다.
■ 증세 방안은
정부가 하반기 비과세 감면을 정비하고 필요할 경우 증세에도 나설 뜻을 분명히 했다. 특히 담배와 술ㆍ도박 같은 이른바 ‘외부불경제’ 항목에 대해 외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일종의 ‘죄악세(sin tax)’를 도입하는 방식의 증세도 검토하기로 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25일 재정건전화 대책과 관련, “재정건전성을 위해 세입과 세출 양 측면에서 모두 대응할 것”이라며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증세를 통해 재정건전성을 유지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미 지난달 말 열린 국무위원 재정전략회의에서 세수 확충을 위해 비과세ㆍ감면 제도를 ‘제로 베이스’에서 재검토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지난해 세금 감면액만 30조원에 달해 국세수입의 15%나 돼 세수에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 뜻대로 증세를 통한 재정건전성 확보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도 현재의 비과세ㆍ감면이 농어민과 중산ㆍ서민층, 중소기업 위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당인 한나라당이 당장 “서민을 위한 종합대책을 만들어야 한다”며 세금을 더 걷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정부는 이에 따라 여론의 반발이 적은 분야부터 일단 세금을 더 걷기로 했다. 윤 장관은 부자나 대기업에 대한 비과세ㆍ감면 조치를 우선 거둬들이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외부불경제에 대한 과세를 본격적으로 시행할 방침이다. 외부불경제는 말 그대로 국가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은 경제 분야로 술이나 담배ㆍ마약 등을 일컫는다. 윤 장관은 외부불경제 품목 과세 문제에 대해 “그런 부분도 검토 대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로서는 새로운 세목을 만들기보다는 현행 개별소비세율과 주세율 등을 올리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이른바 ‘부자 감세’에 대한 비판에 대해 윤 장관은 “감세를 통해 기업이 이익을 많이 창출하고 고용을 늘려 서민생활 수준을 높이기 때문에 힘 있는 쪽에만 혜택이 간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고 못을 받았다. 그러나 대통령부터 ‘중도 강화’를 내세우고 여당이 서민생활을 강조하는 마당에 기존 기조대로 감세와 비과세ㆍ감면 철폐 검토를 밀고 나가기는 어려워졌다. 세수 확충을 통한 재정건전성 확보라는 밑그림을 바탕으로 민생안정과 투자ㆍ소비 촉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아야 하는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 출구전략 어떻게
25일 채권시장은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에 출구전략(Exit Strategy)에 대한 업급으로 화들짝 놀랐다. 그렇게 놀랄 만한 재료가 아니었음에도 정부의 언급에 채권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날 채권시장은 단기물의 금리가 오르기 시작하며 5년물 이상 장기물들의 금리도 동반상승하며 마쳤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이미 정부의 경제운용방향은 출구전략을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경기침체에 따른 세수부족과 적자국채 발행으로 악화된 재정건전성을 그대로 두고 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날 브리핑에서 언급한 내용은 주목할 만하다. 윤 장관은 “불요불급한 재정지출을 과감히 삭제하고 새로운 사업은 철저한 검증을 거치는 등 세출 구조조정을 간단 없이 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비과세ㆍ감면 조항을 정비해 증세할 부분은 증세하고 (담배ㆍ술 같은) 외부 비경제항목에 대한 증세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2009~2013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9월 말 국무회의 보고 후 10월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번 재정운용계획의 큰 틀은 전 부처가 사업기획단계부터 세출 구조조정에 적극 참여하고 사업 집행 과정에서 원가절감과 집행잔액의 효율적 활용 등을 담을 예정이다. 특히 재정건전성 확충을 위해 한시적으로 지원된 대책 가운데 실효성이 크지 않은 대책은 대부분 거둬들일 방침이다.
주택 대출에 대한 금융규제 강화도 넓은 의미에서 출구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경기침체기에 부동산 경기를 살리기 위해 금융 규제를 확 풀어젖혔던 것에서 궤도를 수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모든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한다는 게 원칙”이라며 “경제위기 극복과정에서 증액사업은 사업의 성격, 지원효과 등을 감안해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연례 반복적으로 타 사업에 전용되는 사업은 예산을 감액하고 행정경지 증가를 최대한 억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신규사업 도입시 재원조달 방안 마련을 의무화하는 등 타당성이 입증되지 않은 사업은 아예 추진하지 않는 다는 원칙도 세워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