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케빈 나 우승문턱서 늑장 플레이에 발목

심적 부담으로 7위 마감
美 쿠차 13언더 우승



결국 자신의 느린 플레이에 스스로 발목이 잡혔다. 재미교포 케빈 나(29)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총상금 950만달러)의 우승 문턱에서 추락하고 말았다.

14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베드라비치의 소그래스TPC(파72ㆍ7,215야드)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라운드.

3라운드에서 1타 차 단독 선두에 나섰던 케빈 나는 이날 버디 2개, 보기 6개로 4오버파 76타(최종합계 8언더파)를 적어내 공동 7위로 대회를 마쳤다.

전날 선두에 오르고도 성적보다는 슬로 플레이로 화제가 됐던 케빈 나였다. 그는 어드레스를 취했다 다시 풀고 왜글(waggleㆍ샷을 하기 전 볼 뒤에서 클럽을 앞뒤로 흔드는 동작)을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해 투어 내에서 자타공인 '거북이 골퍼'로 통한다. 3라운드에서는 늑장 플레이로 주의를 받기도 했다.

최종 라운드에서 큰 심적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출발은 좋았다. 첫 홀에서 왜글을 줄이려는 의도가 역력했던 케빈 나는 2번홀(파5)에서 버디를 잡아 1번홀에서 보기를 범한 2위 맷 쿠차(34ㆍ미국)를 3타 차로 떼어놓았다. 하지만 긴장감 속에 플레이 속도는 느려졌다. 볼에서 물러날 때마다 관중들의 야유와 "빨리 쳐"라는 말을 들으면서 마음이 급해질 수밖에 없었다. 5번홀 보기로 주춤한 그는 6번홀에서 어드레스를 풀었다가 파 퍼트를 놓치면서 맥이 풀렸다. 8ㆍ9번홀에서 다시 연속 보기를 범해 우승 경쟁에서 밀려났고 이후 보기 2개와 버디 1개로 1타를 더 잃었다.

케빈 나와 동반한 쿠차는 첫 홀 보기 후 17번홀(파3)에서 3퍼트 보기를 보탰지만 버디 4개를 잡아내 2타를 줄였다. 최종합계 13언더파 275타를 기록한 그는 2010년 8월 바클레이스 대회 이후 21개월 만에 투어 통산 4번째 우승을 거뒀다. 쿠차는 2001년 투어 데뷔 후 톱10 입상(45회)에 비해 우승 횟수가 적어 '톱10 기계'라는 칭찬 아닌 칭찬을 들었던 선수다. 지난달 마스터스에서 공동 3위에 그쳤던 아쉬움을 씻어낸 그는 '제5의 메이저' 우승컵과 함께 171만달러(약 20억원)의 거액을 받았다.

리키 파울러(24ㆍ미국)는 웰스파고 챔피언십에 이어 2주 연속 우승을 노렸지만 잭 존슨(미국) 등과 함께 2타 뒤진 공동 2위(11언더파)로 만족해야 했다. 루크 도널드(잉글랜드)는 6타를 줄이는 분전으로 단독 6위(9언더파)까지 솟구쳤으나 이번 대회에서 컷오프당한 세계랭킹 1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와 자리를 맞바꾸지는 못했다. 타이거 우즈(미국)는 공동 40위(1언더파)로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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