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브로츠와프시에서 자동차로 30분 정도를 달리자 탁 트인 평지 사이로 ‘LG 도로(Ul LG)’라는 큼지막한 이정표가 눈에 들어왔다. 바로 지난 5월부터 가동에 들어간 LG의 유럽 전진기지인 ‘브로츠와프 LCD클러스터’다. 클러스터 정면으로 LG전자의 LCD TV 세트 공장이 자리잡고 있으며 바로 옆에 LG필립스LCD의 LCD 모듈 라인 공장과 LG이노텍ㆍLG화학 등 계열사의 부품공장이 한곳에 모여 있다. 또 클러스터 한편에는 연말부터 냉장고를 생산할 가전공장이 한창 세워지고 있으며 클러스터 지분 19.9%를 보유한 도시바의 LCD TV 공장도 한곳에 둥지를 틀고 있다. 윤병도 LG전자 폴란드법인장은 “LCD 부품업체와 세트업체가 일관생산체제를 갖추고 있어 생산시간이나 물류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며 “이 같은 협력관계야말로 클러스터 경쟁력의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브로츠와프의 경우 불과 10분만 가면 베를린과 프랑크푸르트까지 한번에 이어지는 고속도로로 연결돼 제품을 적기에 공급할 수 있는 것도 강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브로츠와프는 동유럽의 대표적인 공업기지이자 철도와 도로망이 잘 발달된 교통의 요지로 꼽힌다. 일찍부터 차량ㆍ계측기 등 기계공업이 발달했으며 최근 LG의 진출을 계기로 현지에서는 새로운 산업의 메카로 각광받고 있다. LG전자의 LCD TV 공장에 들어서자 파란 작업복을 입은 근로자들이 완제품을 만드느라 분주하게 손을 움직이고 있었다. 모두 5개 조립라인을 갖춘 이곳에서는 15초마다 한대꼴로 TV를 숨가쁘게 쏟아내고 있다. LG전자는 올해 150만대의 TV를 생산하는 데 이어 오는 2010년까지 모두 1,000만대의 LCD TV를 만들어 유럽 디지털TV 시장을 석권한다는 청사진을 세워놓고 있다. 올해 2,500만대 수준에서 2010년이면 4,400만대까지 성장할 유럽 LCD 시장에서 정면 승부를 하겠다는 전략이다. 인접한 LG필립스LCD 모듈공장에서는 방진복을 입은 근로자들이 경기도 파주에서 생산된 LCD 패널을 TV나 모니터용 모듈로 만드는 후공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올해에만 300만대 규모의 모듈을 생산하고 2011년까지 생산규모를 1,100만대 수준으로 늘려나갈 예정이다. 부품 공급과 모듈생산이 완성품인 LCD TV로 이어지는 일관체제를 갖춘 클러스터가 세워진 곳은 유럽 지역에서는 브로츠와프가 처음이다. 때문에 직원들의 숙련도가 떨어져 한국에 비해 70% 수준에 머무르는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것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에 대해 윤 법인장은 “폴란드 직원들의 학력과 작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빠른 수준으로 생산성이 향상되고 있다”면서 “올해 말이면 한국과 비슷한 수준의 생산성을 보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