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정상과 비정상… 그 경계의 모호함

■ 정상과 비정상의 과학
조던 스몰러 지음, 시공사 펴냄


찾고자 마음먹으면 세상엔 무수한 비정상이 존재한다. 결정 장애를 앓는 사람부터 안개 공포증, 심지어 숫자 13에 공포를 느끼는 사람까지 있으니 말이다. 오죽하면 미국 전체 인구 가운데 절반 넘는 사람이 일생 중 최소 한 번 정신 장애 진단 통계 매뉴얼(DSM)이 제시하는 정신 장애 진단 기준을 충족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겠는가. 강박적으로 새로운 정신 질환을 찾아내고 또 환자로 규정하는 현대사회에서 살아가노라면 문득 이런 의문이 생긴다. 과연 이 세상에 정상은 존재할까.

미국 하버드 의과대학의 정신의학과 교수인 저자는 비정상을 정의하기에만 바빴던 현대 정신의학과는 반대의 시각에서 질문을 던진다. 정상이란 무엇인가.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책이 전하는 명료한 답변이다. 낮과 밤의 경계를 명확히 가를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설명한다. 정상과 비정상은 낮과 밤처럼 분명히 다르지만, 경계를 구분 짓기 위해선 신중한 판단이 필요한 것이다.

저자는 일상 활동 속에서 우리의 뇌와 마음이 어떻게 기능하게 돼 있는지에 관심을 두고 이를 명확히 규정함으로써 정상과 비정상 상태를 구분할 잣대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쉽게 말해 우리의 뇌와 마음의 정상적인 메커니즘을 밝힘으로써 이것을 벗어났을 때 나타나는 질환을 설명하고 해결 방안을 찾아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예컨대 신생아는 타고난 기질을 지니고 있다. 이 기질에 따라 아이는 세상에 다가가는 방식을 결정하는데, 그 흔적은 아이가 성장해 살아가는 동안 대인관계, 정신 건강 등으로 나타난다. 아동기 초기 기질적으로 수줍음을 잘 타던 아이들은 커서도 작은 규모의 사회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불안 장애를 앓을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크다. 특히 다른 사람 앞에 나서는 것에 두려움을 느껴 심신이 쇠약해지는 '사회 공포증'의 발병 확률이 높다. 이 같은 기질에 따른 접근법은 장애로 나타나는 증상 및 증후군을 파악하게 한다.

책은 기질과 성격의 유전학적 뿌리를 탐구하는 것에서 시작해 양육이 뇌에 미치는 영향, 사회 인지와 공감, 애착과 신뢰, 성적 매력, 두려움과 정서 기억의 영향 등을 다루며 흔히 '비정상'으로 분류되는 정신적 고통을 설명한다. 2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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