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실적 전망 발표를 꺼리는 미국 대기업들이 늘고 있다. 기업들이 실적 전망을 하면 경영진들이 장기적인 성장전략 보다 눈앞의 단기 목표 달성에 열중하고, 주가 변동성도 심해지기 때문이다. 13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씨티그룹ㆍ인텔ㆍ모토롤라ㆍ포드ㆍ제너럴 모터스(GM)에 이어 세계 최대 제약회사인 화이자도 앞으로 분기 실적 전망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화이자는 대신 게시판을 통해 각종 경영정보를 제시함으로써 투자자들이 스스로 매출 및 이익 전망치를 산출할 수 있도록 돕기로 했다. 헤지펀드들이 기업 실적 전망을 단기투자 기회로 활용하면서 기업들의 실적 전망 발표가 당초 기대와 달리 주가 변동성을 키우고 주식가치 증진에는 별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에는 인터넷기업 구글이 실수로 올 매출 전망치를 웹사이트에 게재하면서 주가가 급락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에 따라 월가와 의회에서도 실적 전망 무용론이 확산되고 있다. 메릴린치는 최근 애널리스트들에게 분석 대상 기업의 실적 전망치를 작성할 때 기업들이 내놓은 실적 전망을 반영하는 비율을 낮추라고 권유했다. 또 미 하원 금융위원회도 조만간 기업 공시 재검토 작업의 일환으로 실적 전망 공개의 위험성에 대한 청문회를 열 예정이다. 메릴린치의 리처드 번스타인 수석 투자전략가는 “헤지펀드 뿐 아니라 장기펀드 조차도 투자성과를 판단하는 기간을 경영진보다 훨씬 짧게 잡고 있으며 이 같은 불일치가 주가 변동성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 상공회의소의 데이비드 샤번 수석 보좌관은 “실적 전망을 밝히지 않는 추세가 강화되고 있다”면서 “상공회의소와 의회는 물론 워런 버핏 같은 비즈니스 리더의 지지 속에 경영진들이 실적 전망 공개를 중단하기가 훨씬 쉬워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