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크라이슬러 흥망이 주는 교훈

미국 제3위 자동차 회사인 크라이슬러가 다임러벤츠사와의 9년 간에 걸친 동거를 끝내고 사모펀드 서버러스로 팔림에 따라 뒤웅박 신세가 됐다. 지난 98년 다임러벤츠와 크라이슬러가 손을 잡았을 때 ‘유럽과 미국’ ‘고급과 대중 차’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세기의 결혼’으로 평가 받았다. 그러나 기대했던 시너지 효과를 보지 못하고 ‘이혼’함에 따라 미국 자동차 업계는 구조재편 및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크라이슬러의 위기는 에너지 절약과 친환경적인 자동차 개발이라는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데다 강성 노조로 인한 퇴직자의 연금과 의료보험료 등 과도한 복지비용이 발목을 잡은 것이 주요 원인이다. 이는 미국뿐 아니라 우리 자동차 업계가 안고 있는 공통의 문제이기도 하다. 앞으로 크라이슬러 등 미국 자동차 회사는 감원과 공장 폐쇄 및 해외 이전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생존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자동차 회사의 추격으로 사실상 1위 자리를 넘겨준 미국 자동차 업계는 크라이슬러의 매각으로 위기의식이 한층 팽배해졌다. 포드 가문도 지분 일부의 매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크라이슬러 노조도 회사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의료비 삭감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는 GM과 포드 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미국 자동차의 경쟁력이 살아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자동차 업계는 크라이슬러의 매각이 갖는 의미를 다각적으로 분석하고 적절히 대응해나가야 한다. 노사 화합을 이루지 못하거나 지구온난화 시대에 걸맞은 자동차 개발 등을 게을리하면 시장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다. 이런 의미에서 강성 노조를 안고 있는 자동차 업계로서는 올해가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노조도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기술개발과 생산성 향상은 회사의 노력에 노조가 맞장구를 칠 때 가능하다는 자각이 그 어느 때보다도 요구된다. 기술개발과 개혁 및 노사화합을 못하는 회사는 M&A를 해도 오히려 이미지가 나빠지거나 큰 손실만 보고 ‘국경 없는 기업 사냥꾼’인 ‘펀드자본주의’의 먹이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을 크라이슬러의 비참한 운명은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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